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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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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Mar 06. 2023

그대는 누구의 우산입니까?

나도 누군가의 우산을 쓰고 있더군요.

그대는 누구의 우산입니까?


마트에 갔다. 물론 어머니와 함께. 카트를 밀고 다니며 어머니 등을 보며 따라다녔다. 물건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간식을 노리고 있는데, 귀를 때리는 음악이 있다. 트로트 향이 옅게 있는 노래에 귀를 기울였다.


"어머니 이 노래 아세요?"


"알지 임영웅 <이제 나만 믿어요>야"


짧은 질문에 어머니는 노래 이야기를 이어가신다. 미스터 트롯 펜의 위엄이 느껴졌다. 음악은 어떤 글보다 어떤 말보다 강한 힘을 발휘하는 경우가 있다. 내 귀를 때린 문장이 있다.


"굳은 비가 오면 세상 가장 큰 그대 우산이 될게. 그댄 편히 걸어가요."


노래 이야기를 멈추시고 어머니는 다시 메모지에 눈을 가져가신다. 물건을 찾아가신다. 난 그 뒤를 가만히 따라갔다. 노래는 끝났지만, 내 생각은 재생된다. 내 귀에 맴도는 노래가 하나의 문장이 되어 마음에 남았다.


'그대는 누구의 우산입니까?'


나도 누군가의 우산을 쓰고 있더군요.


나는 누구의 우산일까? 부모님에게 우산을 씌어 드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조금이지만, 동생도 내가 우산을 펼쳐 씌우고 있다고 생각했다. 굳은 비가 오는 날에도, 햇빛이 강해 얼굴이 탈 것 같은 날에도. 그렇게 내가 그들을 보호하며 지내고 있다 생각했다. 


누구나 나를 보고 어른이라 생각하니, 당연히 내가 누군가에 우산이라 생각했다. 곰곰 생각하다 보니, 평온한 내 삶은 부모님의 우산 덕분이고, 동생의 우산 덕분이었으며, 내 선생님들의 우산 덕분이었다. 내가 그들의 우산이 아니라, 그분들이 내 우산이었다.


장을 마치신 어머니가 돌아보시며 말하신다.


"먹고 싶은 거 있어? 빨리 담아. 오랜만에 기회를 준다!"


고개를 끄덕이며 활짝 핀 웃음으로 답했다. 마음에서 문장이 새롭게 커진다.


"나도 누군가의 우산을 쓰고 있더군요."



한 줄 요약: 나도 누군가의 우산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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