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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Mar 07. 2023

벌써 전주에는 꽃이 피었군요.

꽃피는 시가기 다르듯 내가 피어나는 시간도 다르리.

벌써 전주에는 꽃이 피었군요.


얼마 전까지 추웠다. 영하 10도 아래로 가는 강추위가 오기도 하고, 영상 10도까지 올라가는 날이 오기도 했다. 롤러코스터 날씨. 따스한 기운이 추운 녀석들을 아직 다 밀어내지 못한 날. 애매한 날을 끝낼 꽃이 괜히 기다려진다. 꽃이 피어나야 겨울 마침표를 찍고, 봄의 시작을 알려주니 말이다.


전주로 여행을 갔다. 남쪽으로 가기 때문인지, 아니면 즐거운 발걸음 덕분에 날이 따뜻하다고 느꼈는지 알 수 없는 화창한 날이었다. 북적 거리는 한옥 마을을 걷다 눈에 들어온 나무 한 그루가 있다. 꽃 봉오리를 피우고 있는 나무. 봄이 한 걸음 가까이 왔나 보다. 내 마음 정원에서 소리 하나가 울린다.


'벌써 전주에는 꽃이 피었군요. 다른 꽃들은 언제 오시나요?'


다른 꽃들은 언제쯤 볼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모를 땐, 구글에게 여쭤보면 된다.


겨울에도 피는 동백꽃은 1월에 우리를 맞이한다. 뒤를 따르는 꽃은 매화 사군자라고 하며 선비의 절개를 상징하는 꽃이 당당한 걸음으로 찾아온다. 뒤딸아 노란색 산수유가 쫓아온다. 봄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개나리와 진달래 꽃망울이 터지며 겨울에 끝을 알린다. 완연한 봄을 알리는 벚꽃이 우리에게 꽃비를 선사한다. 아름다운 꽃이 지는 것이 아쉽기도 전에 화려한 5월의 여왕인 튤립이 멋지게 나타나신다.


꽃은 그들만의 아름다움을 그들만의 시기에 맞춰 피어낸다. 식물이 서로 다른 시기에 꽃을 피워내는 이유는 빛의 주기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빛을 비추는 시간과 온도에 따라 자신이 피어날 시기를 알고는 자신을 피워낸다.


꽃도 나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꽃이 피어나는 시기가 다르듯 내가 피어나는 시간도 다르리라.


전주에서 만난 꽃
꽃 피는 시기가 다르듯 내가 피어나는 시기도 다르리.


누군가는 인생 시작부터 탄탄대로를 달려간다. 치르는 시험마다 가장 앞자리에 서있고, 빠르게 사회에 앞으로 달려간다. 1월에 피어나는 마치 동백꽃처럼.


누군가는 조금 느리지만 당당하게 사회에서 자리를 잡고 시작을 알린다. 이른바 청춘이라는 뜻처럼 싱그러운 봄에 자신을 피어낸다. 개나리와 진달래처럼.


누군가는 조금은 늦게 피어난다. 다른 꽃들이 자신을 뽐내고 난 뒤에 비로소 등장한다. 조금 늦지만, 주인공은 늘 마지막에 등장한다는 말처럼. 여왕의 발걸음으로 등장한다. 튤립처럼.


우리도 각가 피어나는 시기가 다르리라. 먼저 피어났다고 자랑할  필요 없고, 조금 늦게 핀다고 좌절할 필요 없다. 우리는 언젠가 피어나리라. 우리는 각자 주기를 가지고 있으리라.


조급하지 말고 피어남을 기다리자. 우리는 우리 시기에 맞게 멋지게 피어나리라.



한 줄 요약: 우리는 각자 피어나는 시기가 다르다.





참고자료

1. [날씨학개론] 100년 만에 일찍 핀 서울의 벚꽃… 봄꽃 개화 시기 빨라진 이유는?

2. 봄 꽃 개화 순서, 꽃 피는 시기 정리 (순서대로 피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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