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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향일기

대나무와 종이가 혼인을 하여 자식을 낳으니.

그것이 맑은 깨달음이어라.

by Starry Garden
대나무와 종이가 혼인을 하여 자식을 낳으니.


전주는 부채가 유명하다. 대나무가 모여 자라고 있고, 물이 좋으니 종이를 잘 만들었다. 그 둘이 있으니, 자연스럽게 부채가 만들어졌으리라. 왕실에서 필요한 부채를 지방에 할당하고 물건이 올라오면, 단연 최고는 전부 부채였다고 한다.


왕이 여름을 맞이해 대신들에게 꼭 하는 선물이 바로 전주 부채라고 할 정도다. 부채를 표현하는 문장이 있다. 시간이 지나 기억이 조금씩 흩어지고 있지만, 아직도 선명하게 남은 문장이다. 이런 문장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커서일까?


"대나무와 종이가 혼인을 하여 자식을 낳으니, 그것이 맑은 바람이어라."


시조에 남은 문장이 참 탁월하다. 커다란 부채 모양에 담긴 글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부채 문화관을 천천히 둘러봤다. 아직은 서늘한 날씨로 부채가 필요하지 않지만, 이제 곧 맑은 바람을 찾으리라 생각하며 부채문화관을 나와 천천히 걸었다.


머리에 있던 문장이 꿈틀 거리며 바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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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부채문화관


그것이 맑은 깨달음이어라.


꾸준히 글을 쓴 덕일까? 글쓰기에 대한 생각이 머리에 둥둥 떠다니고 있다. 흘러가는 모든 일이 글감처럼 느껴지고, 놓치지 않으려 애쓴다. 노력에도 없어지는 생각이 있지만, 운이 좋게 내 손에 남아 글로 써지는 일도 잦다.


꿈틀 거리던 문장은 바뀐 단어에 적응해 가만히 내 눈앞에 놓인다.


"생각과 글쓰기가 혼인을 하여 자식을 낳으니, 그것이 맑은 깨달음이어라."


오늘도 퍼져가는 생각 하나와 글쓰기가 결혼한다. 흐드러지게 퍼지는 꽃을 뒤로하고, 그렇게 그 둘은 멋진 아이를 낳았다. 맑은 깨달음이 되고 내 마음에 다시 들어왔다. 자주, 내 마음에서 생각과 글쓰기가 혼인하길 바란다. 내 마음에 맑은 깨달음이 가득하길 기원한다.



한 줄 요약: 오늘도 제 마음에서는 결혼식이 한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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