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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Mar 13. 2023

어머니, 자식을 생각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세요?

자식은 여전히 부모님 생각을 알지 못합니다.

어머니, 자식을 생각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세요?


어머니는 <미스터 트롯 2>을 즐겨보신다. 이제 곧 결승전. 뜨거운 기운이 가장 높은 곳을 향해 가고 있다. 가끔 어머니와 함께 본다. 그날은 동생도 함께 했다. 트로트에는 진한 사연이 가득하다. 노래에 녹아 있는 가사를 가만히 느끼고 있다 보면, 리듬 사이에 있는 기구한 이야기가 들리는 듯하다.


노랫말이 동생 마음을 움직여 질문을 만들어낸 모양이다. 툭 하고 무심히 나왔다.


"엄마, 자식을 생각하면 뭐가 먼저 떠올라? 힘든 일이 떠올라 아니면 즐거웠던 일이 떠올라?"


어머니가 힘드셨다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나는 귀를 쫑긋 세우고 어머니를 바라봤다. 텔레비전에서 눈을 잠시 거두고, 동생과 나를 천천히 번갈아 보셨다. 입을 떼셨다.


"미안한 일이 제일 먼저 떠오르지."


자식은 여전히 부모님 생각을 알지 못합니다. 


자식이 준비한 질문과 두 개의 선택지에는 답이 없었다. 자식은 참 부모님을 모른다. 우리는 언제가 돼야 부모님 마음을 한 조각이라도 알게 될까? 누군가는 네 자식이 생기면 안다고 한다. 그때 그 마음이 부모님과 같을까? 난 지금 내 부모님의 마음을 알고 싶다.


몇 개월 동안 어머니 곁에 있으며,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도 참 많이 했다. 많이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착각이었나 보다. 아마 자식이 부모님 마음을 알기 위해서는 무척 오랜 시간이 필요하리라. 아니, 끝까지 모를 수 있다. 그분들이 우리를 생각하는 마음 한 조각이라도 더 알고 싶어 진다.


노랫소리는 잦아들고 다음 시간을 기약하는 진행자에 따라 <미스터 트롯 2>가 끝났다. 어머니를 가만히 바라보며, 조금이라도 어머니의 마음을 알아보려고 노력할 뿐이다. 여전히 자식인 내가 부모님 생각을 다 알지 못하겠지만. 동생과 나는 한 목소리로 물어본다.


"아마 미안한 일이 아니겠지만, 뭐가 미안했어?"



한 줄 요약: 우린 결국 부모님 마음을 다 알지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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