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술을 먹지 못한다. 한 잔만 마셔도 온몸이 빨간 등을 켜고는 멈추라고 한다. 그래도 술에는 참 관심이 많다. 오랜 역사를 가진 술이 신비롭고, 다양한 향과 맛으로 나눠져 있는 술이 흥미롭다. 또, 잘 먹지 못하니 한잔을 먹어도 의미 있고 맛있는 술을 먹고 싶기 때문이다.
이번 독서 모임에 내 손에 들린 책은 칵테일 이야기다.
<칵테일 도감>
술이 가진 이야기를 알게 되니, 술마다 떠오른 사람이 있었다. 물론 내 책친구 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난 바텐터가 되어 책 친구들에게 한잔씩 권했다.
O 농부 (커피문고 대표)
- 드라이 마티니
O 목마리
- 스크루 드라이버
O 샤샤
- 위스키 사워
O 백작 (starry garden)
- 네그로니
칵테일 한잔.
칵테일 바. 재즈가 흐른다. 난 세이커를 꺼내 칵테일을 한 잔씩 만들고 책 친구들에게 놓아둔다. 이야기도 함께.
O 농부 (커피문고 대표) : 드라이 마티니
007 제임스 본드 하면 떠오르는 술. 바로 마티니다. "젓지 말고 흔들어서"라는 대사가 떠오른다. 마티니 레시피는 무척 간단하다. 드라이진, 드라이 베르무트 그리고 올리브. 하지만, 맛있는 마티니를 만드는 건 무척 어렵다. 비율이 조금만 달라져도, 섞는 방법에 따라 맛이 변하기 때문이다.
까다롭기에 붙은 별명이 있다. '예민의 왕' 또 다른 별명도 있는데, '칵테일의 왕'이다.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레시피를 뚫으면 무척 맛있는 칵테일이 된다. 어떤 칵테일도 넘볼 수 없는 위치인 왕에 도달한다. 까다롭고, 예민하지만, 개성이 뚜렷한 동생에게 권한 술. 그 복잡함에 답을 알아 간다면 아마 '독립서점의 왕'이 되지 않을까?
진
O 목마리: 스크루 드라이버
금주법 시대. 술을 내놓고 먹을 수 없지만, 술에 대한 욕망을 법으로는 다 누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 힘든 노동을 하시는 분들에게는 더욱이. 그래서 그들은 몰래 먹기 시작했다. 음료수라고 주장하며 말이다. 스크루 드라이버는 보드카와 오렌지 주스를 섞어 만든 칵테일이다.
왜 이름이 스크루 드라이버 일까? 몰래 먹다 보니, 빨리 술을 만들어야 했을 테다. 섞을 도구를 가지고 있지 못하니 곁에 있는 도구를 사용했으리라. 그렇게 보드카와 오렌지 주스를 섞을 때 스크루 드라이버를 이용했다고 한다.
목마리 님은 바쁜 회사 생활을 하신다. 사람에 치이기 일쑤다. 하이에나처럼 먹이를 노리며 어슬렁거리는 이들이 마음에 상처를 낸다. 망각의 술이라는 별명을 가진 보드카로 만든 술을 권해본다. 아픈 순간을 잊으시길 바라는 마음에 오렌지 주스와 보드카를 넣고 흔든다.
보드카
O 샤샤: 위스키 사워
레몬주스, 버번위스키, 설탕 그리고 탄산수로 만든 칵테일이다. 입 전체를 시큼한 맛으로 도포힌다. 침샘을 자극한 뒤, 설탕과 탄산수로 청량함을 퍼트린다. 음료는 목을 타고 넘어갔지만, 버번위스키가 가지고 있는 향이 그윽하게 퍼진다. 한 잔 술에 담긴 다채로움. 바로 위스키 사워다.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고, 초보 운전자로 고생하고 있는 책 친구 앞에 위스키 사워를 둔다. 힘들었던 어제를 잊고, 상쾌하고 청량한 하루를 보내길 바라는 마음에. 자칫 지루할 수 있는 하루가 모여 은은한 위스키가 내는 독특한 자신만의 향이 되길 바라며.
버번 위스키
O 백작: 네그로니
드라이진, 베르무트, 캄발리로 만든 칵테일이다. 이 술의 기원은 여럿이다. 하지만, 중심에는 늘 네그로니 백작이 있다. 우연일까? 이달 내 이름이 백작이라는 것과 말이다.
네그로니는 아메리카노라는 칵테일에 변주는 준 술이다. 아메리카노는 캄파리, 베르무트, 탄산수로 만든다. 네그로니 백작은 탄산수 대신 드라이진을 넣는 칵테일을 부탁했다. 달짝 지근하고 진의 향이 그윽한 칵테일. 백작은 그날도 평소처럼 '늘 먹던 걸로 부탁해'라는 말로 주문한다. 바텐더는 술을 만들고 조용히 부탁했다고 한다.
백작님의 이름을 붙여도 될까요?
럼 (네그로니와 럼은 상관 없습니다)
술에 담긴 이야기처럼, 우리에게도 참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는 향을 만들고, 맛을 그려낸다. 책 친구들에게 이야기 한잔씩 권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라며, 그들에게 힘이 되길 기도하며, 그들에게 하루를 지낼 힘이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