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행동보다 조금 앞선다. 참 힘들다. 앞서간 말에 행동을 맞추려고 하니, 빠르게 뛰어가야 한다. 그럴 때마다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공수표"
수표는 뭘까? 예금 지급 종이라고 한다. 현금을 가지도 다니기도 힘들고, 위험하니 만들어진 제도다. 종이에다 은행, 계좌번호, 지급 금액을 적고 서명을 적은 것이 수표의 시작이다. 수표에 표시한 은행에 종이를 가져가면 적어둔 계좌번호에서 지급 금액만큼 인출해 준다.
내가 발행한 공수표도 딱 이런 과정으로 돌아간다. 말이 먼저 간다. 내 계좌에는 현금이 없는데, 수표가 발행된다. 다행인 건, 받으러 바로 나에게 오지 않는다는 사실. 적어둔 말에 맞는 만큼 결과가 내 계좌에 없으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계좌에다가 현금을 넣어둬야 하니 말이다.
누군가 내가 발행한 공수표를 흔들며, 내 귀에 은근히 말한다.
"돈 찾으러 왔습니다."
수표가 부도나는 건, 인출이 안 될 때. 아직은 크게 부도난 적이 없다. 늘 발행한 수표가 돌아오기 전에 계좌에다가 현금을 딱 넣어두었다.
공수표 발행을 생각하다, 멈칫했다.
공수표 발행에도 장점이 있다.
바로 앞으로 가는 동력이다. 강제이긴 하지만. 다행히 나는 말이 행동보다 조금 앞서서 수습할 수 있었다. 수습하고 나면, 말한 대로 이루게 된다. 공수표만큼 돈을 벌게 되니 꽤 괜찮다. 공수표가 나에게는 마감인지 된 셈이다.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다는 말을 다시 한번 마음 잘 보이는 곳에다 둔다. 수습한 공수표, 부도나지 않은 공수표. 그건 바로 나를 앞으로 가게 하는 동력이고, 내가 달려가는 짧은 목표가 될 수 있으니라. 말하는 대로 살아간다는 문장을 짜내어 만든 단어. 공수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표를 쓱쓱 적어둔다. 다만, 말 속도를 조금 낮추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