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생활은 여러모로 힘든 점이 있다. 특히 시간관리가 어렵다. 연구에 대부분의 시간을 쏟고 나니, 다른 생활들이 무너지기 일쑤다. 예전 기억이 떠오른 건 내 글벗인 레모네이드 작가님 덕분이다. 코카콜라 대표인 더글러스 대프트 회장이 한 말이다.
인생은 공중에서 5개 공을 돌리는 저글링이다. 공은 일, 가족, 건강, 친구, 그리고 영혼이다.
대학원 생활 동안 일이라는 공만을 돌리기도 벅차다. 균형은 맞춰지지 않으며, 가족과 말을 나누는 시간도 줄어들고, 친구를 만나는 일도 힘들어진다. 먹는 일도, 자는 일도 뒤로 미루기니 건강도 불안 불안해진다. 거기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연구는 영혼을 할퀴고 지나간다. 어느 하나 온전하게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 대학원 생활이다.
더글러스 다프트 회장은 말을 이어간다.
조만간 당신은 일이라는 공은 고무공이어서 떨어트리더라도 바로 튀어 오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막 대학원 생활을 시작할 때, 일을 떨어트리면 끝나는 줄 알았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떨어트려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연구가 망가져도 우린 그 길에서 새로움을 알게 된다. 연구는 실패 연속이다. 차라리 실패가 당연하고, 성공하는 일이 이상하다는 사실을 알기까지 무척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일이 고무공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다른 4개의 공은 유리로 되어 있다. 이 중 하나라도 떨어뜨리면 공들은 상처 입고, 긁히고, 깨지고 흩어져버려 다시는 전과 같이 될 수 없다.
대학원 생활을 하며, 반대로 생각했다. 일이 유리공이고, 다른 것들이 고무공이라고. 아직 젊으니 건강도 이상이 없을 것이고, 가족과 친구는 늘 그 자리에 있으리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회장의 마지막 말을 대학원에 진학할 분들. 그리고 이미 연구를 하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
"당신의 인생에서 이 5개의 공들의 균형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렵지만 해야 할 저글링.
어렵다. 대학원에서 다섯 개 공을 균형 있게 돌리는 일은. 그래도 해야 한다. 연구에 매몰되어 친구와 가족을 잊어서는 안 된다. 건강도 늘 관리해야 한다. 대학원 생활이 끝나면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깨진 유리공을 회복하는 일은 쉽지 않고, 저글링은 대학원 졸업과 함께 끝나는 일이 아니다.
직장에서도 저글링을 돌려야 한다. 평생 해야 한다. 대학원은 사실 연습이었다.
어렵지만, 나도 그렇게 저글링을 잘 돌리지 못했지만,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사실 과거에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현재에 대학원생들에게 전해본다. 여기서 실마리를 찾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몇 자 적어 본다.
1. 연구는 성공하는 일이 이상하다. 실패는 당연하다. 매몰된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한 발 떨어질 용기가 필요하다.
2. 가족은 늘 곁에 있지 않을 수 있다. 지금 당장 표현하고 기회를 만들어 이야기를 해야 한다.
3. 건강은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떠난다. 어떤 상황에서도 신경을 써야 한다.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산책이라는 가벼운 일로도 시작이 가능하다. 시간을 내어 걷자.
4. 친구는 나무 같다.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시들어 버릴 것이다. 짧은 안부 통화도 괜찮다. 이야기하자.
5. 영혼을 돌 볼 수 있는 일은 나뿐이다. 연구 말고 다른 일을 해 내 영혼을 돌봐야 한다. 취미가 그중 하나겠다. 이 또한 어렵지만 시간을 내야 한다.
어려운 저글링을 할 대학원생들에게 한 말을 가만히 보니, 과거가 아니라 지금 나에게 하는 말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