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을 잡았다. 출판사 대표님. 사려 깊은 대표님은 시간 선택을 내게 주셨고, 장소를 받아왔다. 미팅까지 시간을 더디 가다, 빨리 가다를 반복했다. 그날이 왔다. 조급한 마음 때문인지, 한 시간을 일찍 도착했다. 책을 읽으며, 생각을 적었다. 날뛰는 마음에 케모마일 한잔을 따랐다.
케모마일은 마음을 진정시켰고, 문에 붙어 있던 신경은 책으로 옮겨 갔다. 착실히 시간은 흘러갔다. 한 시간이 훌쩍 넘었다. 문자가 왔다고 휴대전화가 진동한다.
"안쪽에 자리가 있다면 거기서 기다려 주세요. 이제 곧 도착합니다."
대표님이 화사한 웃음을 지으시며 오셨다. 이야기를 나눴다. 두 시간. 생각이 따라가지 못할 만큼 빠른 속도로 갔다.
불은 뜨겁고, 잘 옮겨 붙는다. 사람이 가진 마음 중에도 불처럼 뜨거운 것이 있는데, 바로 열정이다. 열정은 불이 가진 속성과 무척 흡사하다. 잘 이용한다면 밥을 짓는 데 사용하기도 하고, 칼을 벼르고 담금질할 때 쓸 수도 있다. 또, 서늘한 기운에도 따뜻함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흙을 빚어 도자기로 만들기도 하고, 흉악한 존재가 왔을 때, 물리치는 용도가 되기도 하다. 다만, 잘못 이용하게 되다면, 몸이 다치거나, 불이 번져 나가기도 한다.
나를 보호해 줄 불이, 새로운 도전에 시작이 될 불이 대표님에서부터 나에게로 건너왔다.
한번 해보시죠.
대표님이 나에게 건네준 불씨는 내 마음 화로에 넣어두었다. 계속해서 커지기에 아궁이를 만들어 물을 끓이고, 닫혀있던 마음 대장간을 열어 문장과 단어를 담금질했다. 서늘하던 마음은 화로의 불을 쬐어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남은 불로는 흙을 빚어 내 마음을 보여줄 모양의 글을 만들어 구웠다. 마음을 어지럽게 하는 존재가 올 때, 볼을 들어 흔들고 쫓아냈다. 불이 나에게 글을 쓰라고 응원했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활기차게 되니 대표님께서 앞으로의 일정을 말해주신다. 글 쓰는 이를 배려하기는 따뜻한 말로 하시며 고쳐야 할 곳을 알려주신다. 초안은 고쳐야 할 부분이 많은 글이다. 대표님의 안내에 따라 고쳐야 할 부분을 알아차리고 고쳐 나갔다.
고친 원고를 보며, 내 지난 글을 다시 보는 기회가 되고, 문장을 가다듬는 일이 되었다. 글과 글사이를 단단한 줄로 연결해 목차를 만들고, 만들어진 목차를 순서에 맞게 배열을 하고 나니 비로소 볼 수 있는 원고가 되었다. 원고는 닦고 또 닦았지만, 오자와 탈자라는 흠이 있다. 다시 닦고 나니 이제는 오탈자가 흩어지고 없다.
고치며 다음 글을 쓸 때 주의 사항도 알게 된다. 글을 쓰고, 글을 만들고, 책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짧지만 체험하는 시작에 서있다. 그렇게 내가 다시 벼린 원고를 대표님에게 메일로 보내드렸다. 다음은 어떤 불씨가 나에게 올까? 그 불씨를 나는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까? 한걸음을 떼고 출판사 대표님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