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더 걸리겠지요?
나도 신사의 품격을 가질 줄 알았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참 신기하다. 내가 좋아할 만한 영상을 기가 막히게 추천해 준다. 내 마음을 사로잡은 영상은 <신사의 품격>. 참 재미있게 봤다. 두 번이나 봤으니, 좋아하는 드라마라는 포스트잇을 붙여도 되겠다. 잊고 있던 영상, 흐릿하게 기억에 남은 이야기를 떠올릴 영상을 계속 봤다.
4명의 친구가 나온다. 동업을 하는 건축사. 능력을 인정받은 변호사. 그리고 돈이 많은 카페 사장까지. 투닥 거 지리만, 친함이 느껴지는 친구들이다. 1년에 한 번씩 멋진 양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다. 자신의 분야에서 각자 인정을 받는다. 힘이 있고, 완숙한 경험이 합쳐지니, 멋지다. 하지만, 이들은 사랑에서는 헤맨다. 모두의 첫사랑에 아이가 나타났다. 아이는 폭탄선언을 한다. 4명 중 한 명이 아버지라고 주장한다. 로맨스는 나이와는 무관하다. 헤매고, 찾고, 울며 알아간다.
영상은 끝나고, 잊고 있던 생각 한 조각이 떠올랐다. 신사에 품격에 나오는 이들은 40대. 나도 40대가 되면 내 분야에서는 인정을 받고, 완숙한 경험과 넘치는 힘으로 헤쳐나갈 줄 알았다. 막역한 동경이었다. 10년이 지나, 지금 보니 그들처럼 사랑에도 서툴고 내 분야에서도 아직 서툴다. 드라마를 처음 보던 나에게 지금의 내가 건네고 싶은 문장이 있다.
"나도 신사의 품격을 가질 줄 알았다."
시간이 더 걸리겠지요?
신사에 품격을 가진 이들의 나이에는 아직 시간이 남았다. 하지만, 품격에 조각조차 보이지 않으니, 시간이 흐른다고 내가 품격을 가질지 모르겠다. 아직도, 모르는 일이 많고, 결정해야 할 일에는 서툴기 일쑤다. 무엇이 맞는지 그른지 판단을 날카롭게 하지도 못한다. 또, 소중한 이들의 마음을 다 알지도 못해, 무심하기 일쑤다. 관계에도 서툴러 상처를 주기도 하고, 별일 아닌 일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아! 그들도 관계에서는 서투니, 이건 괜찮겠다.
시간이 흐르면, 나도 신사의 품격을 가질 수 있을까? 그들처럼 멋진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아직 남은 시간이 있으니, 고민을 하다 보면, 조금은 가까이 갈 수 있을까? 질문은 질문을 소개하고, 생각은 생각을 크게 만든다. 5년 뒤 나는 지금의 나에게 어떤 문장을 남겨 줄까? 우선 내가 그에게 남기고 싶은 문장이 떠올랐다.
"신사에 품격까지는 아니더라도, 신사에 품격 비슷한 것도 가지고 있니?"
남은 시간 동안 품격을 만들려고 노력을 해야겠다. 가지지 못하더라고 성장을 한 나를 기다려본다.
한 줄 요약: 신사에 품격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