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는 책 얼굴입니다.
책 첫인상을 결정하는 표지 선택이 고민이 되는 이유.
동생은 커피문고 대표다. 카페와 독립서점을 함께 운영한다. 함께 하며 여러 어려움을 느꼈다. 성인 평균 독서량은 점차 줄어드는 현실에서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이다. 단연코 힘든 일은 바로 어떤 책을 들여놓을 것인가 선택하는 일이다. 공간도, 예산도 한정되어 있는 영세한 서점이다 보니, 선택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일 년에 4권에 책도 읽지 않는 분들에게 어떤 책이 선택받을까 라는 고민이 더해질수록, 선택은 무거워진다.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을 구매해 읽어보는 일이다. 다 읽고, 선택하는 일이 좋지만, 우리에게는 힘도 시간도 부족하다. 책을 선택하는 일로는 어렵다. 다음으로 선택할 수 있는 일은 기존에 나와있는 독후감에서부터 전문적인 서평을 찾아 읽는 일이다. 이 또한 한계가 있다. 대형 출판사에는 많은 자료가 있지만, 독립 서적에는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다음은 무엇일까? 책 구매 사이트에서 많이 팔린 책을 고르는 일이다. 선택을 받은 책에는 이유가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선택한다. 그렇게 책을 고를 때는 마음이 불편하다. 독립서점이라는 비주류 일을 하며, 결국 선택은 주류를 따르는 일이 마뜩지 않다. 거기다, 그렇게 고른 책이 서점 색과 맞지 않거나, 대표인 동생과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 참 어렵다. 책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독특한 취향과 서점이 나갈 방향과 결이 약간은 다르기 때문이리라.
여러 가지 방법을 병행하며 하지만, 결국 첫인상으로 결정하고 입고하는 일이 잦다. 직관에 의존한 일이지만, 성공하는 횟수가 높아지니, 참 신기한 일이다. 직관을 따를 때, 보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제목, 다른 하나는 표지. 여력이 있으면 작가에 이력 정도다. 표지는 책 얼굴이다. 제목과 내용을 증류하고 또 증류해 남긴 글을 그림으로 그려낸 얼굴. 얼굴을 짧은 문장으로 남겨 둔 것이 제목이다. 두 개가 이 책을 들지 말지 결정한다. 따뜻한 표지를 보며, 읽는 분들에게 에너지를 주기도 하고, 힘찬 표지가 우리에게 응원을 남기기도 한다.
책을 읽는 사람으로, 책을 판매하는 입장에서도 서보니, 표지를 고르는 일을 더 고민하게 된다.
표지는 책 얼굴입니다.
출판사 대표님이 표지를 보내오셨다. 모두 마음에 들었다. 날 보여준다고 생각하며 만든 프로필이 책 얼굴이 되었다. 대표님은 책과 사진이 찰떡이라고 하시며, 이 중에 하나를 고르면 좋겠다고 하신다. 두 가지 눈을 켰다. 하나는 책을 사 읽는 사람의 입장. 독립서점 북 큐레이터로 책을 입고하는 입장.
제목이 잘 보이며, 표지인 내 프로필이 잘 보이는 표지를 우선 고르고 싶었다. 또, 멀리서 보아도 따뜻한 글이 있음을 알리고 싶었다. 대표님은 책 표지 1,2번을 말씀하셨다. 나도 동의했다. 하나를 더해보자면 후보 5번까지. 고민을 하다, 가까운 이들에게 물어봤다. 동생과 여자친구, 그리고 가족에게.
그들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나 보다. 후보는 1, 2번으로 모아졌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다 좋다!"
좋은 것들 중에 하나를 고르는 일이 참 어려운 일이리라. 다시 마음을 다잡고, 책 구매자와 입고자로 돌아갔다. 최종 점을 찍은 표지는 1번. 얼굴을 골랐으니, 이제는 속에 빈틈이 없는지, 오탈자는 없는지 찾을 차례다.
한 줄 요약: 서점 주인, 책을 읽는 사람과 무척 다른 기분으로 표지를 골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