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렸을 적에도 산타클로스에게 편지를 보내 본 적은 없었다. 아직 산타클로스를 믿었던 어릴 적에는 편지를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못했던 모양이고, 우연한 기회도 없었다. 시간이 조금 흘러 산타클로스를 믿지 않을 때에는 편지를 쓴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으니, 그에게 편지를 보내보지 못했다.
그리고 보낸다고 하더라도 결정적으로 어디로 보내야 된 단말인가!
여자 친구가 알려줬다. 핀란드에 있는 산타마을! 산타 마을에 편지를 보내면, 답장을 해준다는 말까지. 이제야 와서 그에게 편지를 써본다.
To. Santa Claus
Santa Claus`s Main Post Office Fin-96930 Artic Circle Rovaniemi, FINLAND
산타클로스께.
안녕하세요 산타클로스 아저씨. 아! 알고 있습니다. 산타클로스께서 이 편지를 읽을 시간이 없으시리라는 걸요. 아마 자원봉사자들인 요정분들이 읽으시겠지요? 세계의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실현하고 계신 자원봉사자 요정께 모두 감사하다는 말을 우선 해드립니다.
저는 아이들처럼 실제로 산타클로스가 있다고 믿지 않습니다. 그곳도 아이들의 꿈과 현실 어느 중간을 타협해 만든 공간이라는 것도 이제는 아는 나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현실이라는 팍팍함을 하루하루 견디다, 가끔 행복한 이벤트가 있는 어른이 되었거든요. 책임을 지는 일이 조금씩 늘어나며 사회의 구성원으로 지낸다는 게 썩 유쾌한 일만은 아니에요. 다들 왜 그리 화가 많은지, 그리고 시간에는 왜 이리 쫓기는지요. 꿈을 잊고 현실을 안다고 좋은 것도 아니더라고요. 꿈과 현실 그 어디에서 살고만 싶습니다. 마치 그 산타 마을처럼 말이죠.
산타클로스에게 편지를 쓰며, 어떤 내용을 써볼까 고민을 꽤 했답니다. "제가 이제 울지는 않으니 선물 하나 좋은 걸로 부탁드립니다." "제가 원하는 선물은 말이죠..."라고 보내 볼까 하다가, 이제 울지 않는 건 감정이 메말라 그런 건 아닌가 싶어 지웠지요. 너무 염치없는 일이라 생각되었거든요.
고민 끝에 나온 결론은 올해의 각오 정도를 전달해보려고 합니다. 각오에 맞게 한해를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되시면, 그저 그 먼 곳에서 바라만 봐주셔도 고맙겠고요. 조금 모자란다 싶으시면 힘이라도 주시면 좋겠어요. 그래서 매년 시작하는 해에 보내보려고요.
올해의 목표는 브런치 작가 되기, 책 120권 읽기, 티스토리 + 브런치 글 200개 포스팅하기, 체중 70 kg로 유지하기(운동 매주 4회 이상)이에요. 잘 될지 모르겠어요. 꾸준히 하려고 노력을 할 테지만요. 그럼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코로나로 그곳을 방문하는 이들이 많이 줄었을 거라 생각돼요. 그래서 운영상 어려움도 있으시겠지요? 너무 건조하게 말했나요? 걱정을 하는 건 앞으로도 제가 꾸준히 매년 어떤 목표를 세우고 살았는지, 그 목표는 잘 진행되었는지를 알려드리려고요. 답장이 없더라도 괜찮아요. 목표를 글로 적는 것만으로도 꽤나 효과가 있거든요. 그리고 의지가 떨어질 때마다 산타클로스를 생각하고, 산타마을을 기억하며, 편지를 들쳐보려고요.
그럼 한해 잘 보내시고요. 저도 1년 삶을 잘 꾸려가 보겠습니다. 내년에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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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클로스를 더 이상 믿지 않지만, 그에게 보내는 편지는 현실을 잠시나마 잊게 했다. 믿던 그렇지 않든 간에 산타클로스에게 편지를 써보는 건 어떨까? 글이 주는 힘이 있다.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최초의 독자가 있지 않은가? 바로 나다. 내가 쓴 글이 내게 힘을 준다. 혹시 알까? 내가 쓴 편지를 없다고 생각하던 그가 어디선가 미소 지으며 읽고 있을 줄.
"얘야 잘 지내고 있었구나, 너는 날 믿지 않더라도, 나는 네가 무엇이든 잘 낼 거라고 응원하고 있단다. 머리맡에 선물은 아니더라도 마음속에 조그마한 힘이라도 선물 하마. 내년에도 네 편지를 기다리고 있으마."라며 대답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