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은 누구나 미약하다.
'이슈타르의 문' 복원을 아시나요?
최근 <난생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를 정주행 했다. 지금으로부터 몇 만년 전의 원시 미술에서부터 중세 미술까지 왔다. 읽다 보니, 가고 싶은 미술관도 생겼고 가보고 있는 곳도 마음에 자리 잡았다. 책을 덮고 마음 정원에 오니, 커다란 파란색 문이 생겼다.
'이슈타르의 문'
이슈타르의 문은 바빌론의 문이라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에 건설된 문이다. 동물과 신들이 빼곡하게 있고, 파란색이 무척 인상적이다. 당시 네부카드네자르 2세가 건립했고, 그는 신 바빌로니아 제국의 전성기를 이끈 지도자다. 나라의 전성기를 축하하는 마음에 이슈타르 신에게 이 문을 바쳤다고 한다.
전성기를 이끈 지도자니, 자신의 정치, 문화, 경제 힘을 보여주고 싶었으리라. 푸른색으로 눈 부신 문을 만들었다. 파란색을 당시 라피스 라줄리라는 보석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고 한다. 빛을 받아 반짝이는 문을 상상하게 된다. 자극이 없던 그 시설, 바빌론을 들어서는 모든 이들은 놀라지 않았을까? 귀한 보석처럼 반짝이는 문. 이슈타르의 문은 오래도록 기록으로만 있었다. 실체를 발굴한 시기는 1899년이 처음이라고 한다.
이슈타르의 문 복원은 지금까지 있는 가장 거대한 프로젝트라고 한다. 높이는 14 m, 너비는 30m다. 발굴 당시에는 벽돌 조각 와 유리 조각만을 발견했다고 한다. 조각 하나하나 맞춰서 높이 14m를 만들었고, 너비 30m를 만들었다고 한다. 완전히 사라진 조각들은 특별하게 제작한 틀로 벽돌을 만들어 끼워 넣었다고 한다. 기간은 10년이 걸렸다고 한다.
수 만개의 조각을 마주한 복원자는 어떤 생각이었을까? 얼마나 시간일 필요할까? 벽돌 조각만 있는 것으로 전체를 어떻게 상상했을까? 온갖 생각이 오갔다. 마음에 생긴 이슈타르의 문을 천천히 걷고, 내 마음 정원에 오니, 내가 복원해 둔 문이 몇 개가 보인다.
막막하던 때가 떠올랐다. 논문을 쓸 때, 브런치 스토리를 시작했을 때. 이슈타르의 문 복원하는 작업처럼 막막했다. 가능할까 스스로를 의심했고, 두렵기까지 했다. 박사 과정을 시작할 때 지도교수님은 나에게 선언하셨다.
"SCI급 논문* 4편은 써야 졸업할 수 있다."
*SCI(science citation index)는 미국 과학정보연구소 (ISI: Institutes for Scientific Informtion)가 과학기술분야 학술지 중 엄격한 선정 기준에 의하여 선별한 학술지.
눈앞이 막막했다. 한글로 쓰기도 어려운 논문을 영어로 그것도 수준급의 논문을 써야 한다는 말에 좌절까지 했다. 졸업은 지금부터 불가능한 건 아닌가 싶었다. 매일 연구실로 갔다. 주말, 공휴일 따위는 접어두었다. 작은 조각을 하나씩 붙여 나갔다. 매일, 매일. 거대한 목표는 잊은 채, 내가 할 수 있는 하루를 지냈다. 시간이 흘렀다. 생각보다 짧은 시간 4년이 지났다. 내 이름이 가장 앞에 있는 논문이 5편, 함께 쓴 논문이 6편 합쳐 10편이 되었다. 자그마한 문이 완전히 복원되었다.
스스로에게 안식년을 주고 시작한 글쓰기. 두 번의 브런치 스토리 탈락 뒤, 글쓰기 근육 운동을 시작했다. 손으로 필사도 하고, 컴퓨터로도 필사를 했다. 또, 매일 서평도 썼다. 예전에 읽었던 책과 읽고 있던 책에 대한 감상을 썼다. 쓰고 쓰고, 또 쓰고, 다시 브런치 스토리에 도전했다. 쓰시는 분들이 보였다. 일주일 만에 구독자가 천 명이 되었다는 분도, 10일 만에 누적 조회수가 10만 명은 가볍게 넘었다는 이야기에 큰 벽이 보였다. 다시 썼다. 할 수 있는 일은 글감이라는 조각을 모으고, 조립하는 일이다. 그렇게 모인 글이 350개다. 자그마한 문이 복원 되었다.
새로운 일이 막막할 때가 있다. 목표가 크고 빛날수록 엄두가 나지 않는다. 얼마나 걸릴지, 계산하고 고민만 하고 그 자리에 앉아있다. 해도 될까 싶기도 하고, 고민은 고민만을 부르고, 그 자리에 앉아있다. 뒤를 보니, 나에게는 커다란 두 개의 문이 복원되어 있다. 푸른색의 라룰리 보석까지는 아니지만, 반짝이는 나의 문. 앞으로 몇 개의 문을 더 만들까? 그럴 때마다 난 얼마나 막막할까? 난 다시 조각을 모으고 있다. 또 다른 문을 복원하기 위해.
안식년 끝자락에 새롭게 도전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평소에 하던 필사를 올리고 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인 조각을 줍고, 맞추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오랜 시간일 수 있고, 생각보다 짧은 시간일 수 있겠지만- 자그마한 문이 복원되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올리고 있습니다.
멍하니, 보기에 좋은 영상이 있습니다. 혹시나 관심이 가신다면! 구독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