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면?
셋 중에 하나?
다시 태어나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면?
옛 드라마를 가끔 본다. 인생 드라마라는 깃발을 들고 줄을 세우면 다섯 번째 안에 늘 서는 녀석이 있다. <베토벤 바이러스>. 지금 봐도 재미있는 드라마다. 주인공은 이름이 같지만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이 두 명이다. 한 명은 세계가 인정한 마에스트로 강건우. 다른 한 명은 자신의 천재성을 전혀 알지 못하는 교통경찰 강건우.
지휘자 강건우는 별난 사람이다. 아니, 악독한 사람이라고 해야 하나? 교향악단에 가면 얼마 있지 못하고 나간다. 프로인 단원들을 완전히 박살내고 유유히 다른 교향악단으로 이동한다. 성격을 괴팍하지만, 실력이 있는 그. 그가 멋져 보였고, 흘러나오는 클래식에는 관심이 갔다. 드라마를 볼 때마다, 늘 생각하는 공상이 하나 있다. 바로 '다시 태어나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면?'
많은 직업들이 오간다. 공상은 몇 가지 직업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장군, 마에스트로, 대표다. 군대에 있을 때, 장군이 가진 힘을 알았고, 가끔 예술의 전당에서 만난 마에스트로를 보며 그의 실력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멋진 기업정신을 가진 분들을 보며 그들의 생각을 듣기도 한다.
장군은 군에서 가장 높은 계급을 가진 장교다. 아마 이때 장군은 야전에 있는 장군을 말하는 건 아닐까? 자신을 따르는 이들이 있고, 그들을 위한 책임을 다하는 장군. 장군이 되면 지금까지 전공해 온 병과를 떼어버린다. 이제는 하나의 병과가 아니라 자신이 이끌어야 하는 모든 이들 알아야 한다는 무거운 무게를 주는 것일 수 도 있다. 지휘관은 병과를 초월해야 한다는 명령이기도 하다.
훈련으로 장군 눈빛 하나고 가장 아래에 있는 병사가 움직일 수 있게 된다. 훌륭한 부대는 가장 높은 장군에서부터 가장 아래의 병사까지 한 몸이 된다. 정말 한 몸이다. 말 한마디, 눈빛 하나로 지휘가 된다고 한다. 그러한 한 몸이 된 부대는 어떤 적이 와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다음은 마에스트로. 지휘자 중 지휘자. 거장에게 선사되는 영광스러운 명칭이라고 한다. 마에스트로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한 곡을 자신의 생각으로 해석하고 단원과 나눈다. 마에스트로가 눈에 보이는 것보다, 뒤에서 곡 방향을 설정하고 이끌어가는 일이 사실 전부라 한다. 한 음악단에 오래도록 머문 지휘자들은 단원과 한 몸이 된다. 대표가 카라얀. 눈은 감고 지휘를 한다. 단원들은 그와 수많은 연습을 했기에 마음으로 통했기 때문일까? 눈빛마저 거뒀지만, 지휘자의 몸짓 하나에도 반응하고 음악을 연주한다.
마지막은 대표다. 누군가에 앞에 서서 따르는 사람을 대변한다. 집단의 리더다. 그는 험난한 사업이라는 세계로 뛰어간다. 혼자가 아니라 많은 이들을 이끌며. 일을 가져와 뿌리기도 하고, 막히는 일들은 뚫어내기 위해 직원들을 독려하기도 한다. 지속되고 하나의 비전을 향해 걸어가면 어떻게 될까? 큰 목표에서 쪼개져 나온 자신의 목표를 명령하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이게 된다. 대표에서부터 아래에 있는 직원까지 하나의 목표로 가니, 별다른 명이 필요하지도 않다.
공상을 한참을 하게 된다. '그때, 내가 그랬다면', 이라는 질문 몇 가지를 던진다. 공상 끄트머리에 서있다가 돌아 나와 현실로 복귀한다. 장군은 되지 못하지만, 장군처럼 내가 전공한 분야를 넘어서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목표를 마음에 품는다. 눈에 화려하게 보이는 것보다, 뒤에서 피나는 연습에 집중하는 사람이 되려는 목표를 마음 정원 잘 보이는 곳이 두어본다. 돈을 버는 대표는 아니지만, 안 된다는 말보다는 할 수 있다는 길을 찾는 사람이 되려는 목표를 그려놓는다.
빈 생각 속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목표 몇 개가 담겼다. 로망이 선사해 준 목표를 마음에 꼭 안아 본다. 난 장군이 되는 일도, 마에스트로가 되는 일도, 대표가 되는 일도 못하지만, 그들이 가는 마음만은 흉내 낼 수 있지 않을까?
드라마를 다시 본다. 마에스트로 강건우가 소리를 지른다. 공상을 멈추고, 세상으로 돌아가라는 야단일까? 고개를 끄덕이고는 현실로 돌아간다.
덧붙임
다시 태어나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직업을 가지고 싶으신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