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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Jul 17. 2023

홋줄을 아시나요?

풀어내야 떠날 수 있습니다. 

홋줄을 아시나요?


  항해 관련 글을 몇 개 적어냈다. 묘박지를 보며, 쉬어가는 내가 보였고, 배에 있는 격벽을 보며 마음의 격벽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일까? 글을 쓰다 막히면, 항해 관련 용어를 쭉 보기도 하고, 내가 구독하고 있는 바다 김춘식 작가님 글을 보기도 한다. 


  이번에 내 눈에 들어온 건 훗줄이다. 훗줄은 배가 항구에 정박하거나, 한 곳에 정차하고 있을 때 묶는 굵은 두께의 줄이다. 다른 말로는 계류삭 또는 계류색이라고도 부른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배가 클수록 훗줄은 굵어진다. 배가 항구에서 충분한 휴식을 한 뒤 떠나기 위해서는 닻을 올리고, 엔진을 켜고, 훗줄을 풀어야 갈 수 있게 된다.


  훗줄을 풀 때 주의해야 한다. 굵어질수록 단단히 배를 묶어주지만, 위험도는 올라간다. 아무리 굵다고 해도, 흔들리는 배을 잡아 두느라 마찰이 생겨 끊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줄은 채찍이 되어 사람을 다치게 하고, 배에 있는 기물을 파괴하기도 한다.


  난 1년 동안 스스로에게 안식년을 주었다. 글을 쓰고, 쉬기도 하고, 원 없이 책을 읽으며 지냈다. 글을 쓰는 기회로 성장했고, 책을 쓰는 행운을 얻기도 했다. 평생 친구인 글쓰기를 만나 앞으로 내가 갈 길을 찾았다는 기쁨도 있다.


  꿈처럼 느껴지는 안식년이 끝나간다. 현실로 돌아가기 전 내 모습이 항해를 준비하는 나처럼 보이고, 홋줄을 풀어내는 나처럼 보인다. 그동안 집에 내 몸을 정박하고 있었다. 크지 않은 배지만, 나이라는 무게가 추가되니 줄을 바꿔 달았다.


  이제는 닻을 올리고 엔진을 켜고 배를 정비하고 있다. 새로운 일 터에서는 어떤 일이 있을지, 항해를 나가는 내 배는 어떤 파도와 날씨를 마주할지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한다. 이제 정말 출항하기 직전에 훗줄을 풀고 있다.


  강한 당기는 힘이 있음을 안다. 급하게 풀게 되면 홋줄은 마찰에 의해서 끊어져 새로운 항해 시작부터 나를 다치게 하고, 내가 가진 기물을 파괴할 수 있다. 조급하다. 엔진은 켜놓고, 닻을 올리고 있다. 이제는 훗줄을 풀어야 하는데, 주저된다. 빨리 출항해야 한다는 마음이 나를 뒤에서 민다. 훗줄을 풀고 있다. 조금은 급하게 풀다보니, 홋줄 사고영상이 떠오른다. 조금은 천천히 가도 상관없지 않을까? 사고 없이 새로운 바다로 나가는 일이 중요하니.


  훗줄을 조금씩 풀어내고 있다. 이제 난 어떤 바다를 만날까? 곧 출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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