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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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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Jun 18. 2023

누구에게나 있는 Darkest hour.

그럴 때도 있는 거지.

나의 Darkest hour


  머리가 아팠다. 어젯밤부터 머리가 지끈거려 하루를 일찍 종료했지만, 아침에도 여전히 불편했다. 아침마다 외우는 영어 단어도, 필사도, 쉐도잉도 모두 그만두고 가만히 누워있었다. 시간은 참 쉬지 않고 간다. 아침 습관은 아무도 확인하지 않는 나와의 약속이라, 혼자 눈만 감으면 넘어간다. 마음은 불편하지만. 브런치 스토리 글 발행은 조금 다르다. 처음에는 나와의 약속으로 시작되었으나, 늘 와주시는 분들이 있으니 그분들과 약속을 한 느낌이다. 아! 물론 그분들이 동의하진 않았지만, 혼자 약속이라 생각한다.


  머리가 아프니 마음도 더 무거워졌다. 일어서는 일이 다른 일보다 더 힘들었다. 겨우 일으켜 세워 지난주에 쓴 글 중 눈에 들어오는 제목을 하나 선택했다. 소리 내어 읽어 퇴고를 해야 하는데, 힘에 부쳐 눈으로 읽고 말았다. 발행을 누르고는 다시 누웠다. 여전히 시간은 열심히 걸어간다. 누워서 천장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배에서 일어나라고 한다. 아픈 머리가 있는데, 눈치도 없이 일어나라고 재촉한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 이제는 오후 한 시로 달려갔다. 먹을거리를 생각하고 준비해야 하는데, 머리는 처음에는 태업을 하더니, 이제는 완전히 파업을 하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다. 이럴 때는 아무 생각 없이 빠르게 먹을 수 있지만,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택하지 마련이다. 라면을 꺼내 적당히 물을 넣고 적당히 끓기 기다렸다 적당히 익으면 적당히 먹을 수 있는 라면.


  후루룩 배가 잠잠해지길 바라며 넣고 말았다. 이제는 누워있는 장소를 달리해 그냥 다시 천장을 보고 있다. 텔레비전을 켜있지만, 귀에 담기지 않는다. 이리저리 리모컨으로 채널을 뛰어다니고, OTT 서비스를 옮겨 다녔다. 마음에 들어온 영화가 하나 있다.


  <Darkest hour>


  세계 2차 대전. 유럽 곳곳이 파시스트 발아래로 떨어진다. 영국은 한 발 떨어져 상황을 지켜본다. 그 순간 영국 총리가 된 윈스턴 처칠. 아무도 그를 좋아하지도, 지지하지도 않는다. 단지 야당이 승낙할 총리가 된 그. 술을 먹는 알코올 중독자, 말을 웅얼거리는 정치인, 영국 왕도 마뜩하게 생각하지 않는 그. 시작부터 불안했다.


  밑에서는 그를 잡아 떨어뜨리려고 하고, 전쟁은 안된다며 히틀러와 평화 협상을 해야 한다고 쥐고 흔든다. 누구에게도 말을 할 수 없고, 자신이 한 결심이 잘못된 결정이 아닐까 고민하고 두려워한다. 그는 온갖 정보를 듣고 가장 높은 곳에서 고민한다. 많은 정보가 오가며 홀로 결정해야 하는 자리. 영국에게도 참 어두운 시간이었지만, 처칠 자신에게도 참 어두운 시간이었으리라.


  윈스턴 처칠은 어두운 순간. 모두에게 용기를 준다. 물론, 스스로의 두려움을 감추고. 자신은 두렵지 않다는 멋진 말로 모든 이들에게 용기를 준다. 역사가 스포일러다. 처칠은 어렵지만, 국민의 지지를 받으며 이겨낸다. 반전은 전쟁 끝 그는 실각한다. 자신을 불태워 영국을 비추고, 그는 가장 어두운 시간으로 들어간 것일까? 개인 윈스턴 처칠을 보면, 그렇지 않다. 영국을 비추던 그는 이제는 스스로를 비춰 밝게 만든다. 노벨 문학상을 받으니 말이다.


  그럴 때가 있다. 가끔 어두운 시간이 찾아오는 날. 하루가 될 수 있고, 어떤 때는 참 긴 기간이 되기도 한다. 모양이 다른 어둠이 때때로 온다. 진하기는 다르겠지만 처칠에게 왔듯 나에게도 왔다. 아직도 환하게 밝아지지 않고, 여전히 어둡다. 하지만, 안다. 계속 어둡지 않으리리는 믿음이 있다. 언젠가는 밝아지리라는 믿음.


  오늘은 그저 누워 그 어두움 속에 있으리라. '그럴 때도 있는 거지'를 속으로 되뇌며. 어둡던 날이 있기에 극적으로 밝은 날이 오리라 믿으며 기다려본다.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darkest hour가 나에게도 잠시 왔다 가길 바라며 기다린다.


  덧붙임

   달 전 일입니다. 지금은 마음도 몸도 모두 밝습니다.


  사진 출처: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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