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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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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Jun 17. 2023

산타클로스로부터 답장이 왔습니다.

마음에 어린아이가 기지개를 켭니다.

산타클로스로부터 답장이 왔습니다.


  편지가 왔다. 영어가 가득하고, 화사한 그림이 있는 편지. 선채로 뜯어보고는 놀랐다. 산타클로스에게서 답장이 왔다. 예전에 산타클로스에게 쓴 편지가 떠올랐다. 보낸 편지를 다듬어 <서른세 살이 산타클로스에게 보내는 편지>로 발행하기도 했다. 까맣게 있고 있던 순간이 재생되었다.


  두해 전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 이번에는 어떤 행사로 멋지게 장식할까 하다, 선택한 일이 바로 산타클로스에게 편지를 보내는 일이었다. 여자친구가 알려준 '산타클로스 마을' 핀란드  로바니에라는 곳에 있다 한다. 라플란드의 주도로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북쪽으로 900 km가면 도착하는 곳이다. 하얀 눈과 우뚝 솟은 건물이 맞이하는 그곳에는 우체국이 있다.


  검색하다 안 사실 중 하나는 전 세계 어디든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에게"라고 편지를 쓴다면 우표가 없어도 로바니에미에 있는 산타클로스 마을로 간다는 사실이다. 크리스마스 이벤트로 딱이라 생각하며, 글을 써 내려갔다. 한창 코로나가 기승인 그때, 산타 마을 경제 사정을 걱정했다. 아이의 마음을 완전히 잊은 채, 자원봉사자 산타 요정에게 응원을 보냈다. 마지막으로는 1년 동안 내 마음에 가지고 있을 목표를 적어두고, 다음 해에 잘 지내고 있을 나에게 보내는 말도 적어두었다.


  주소를 여러 번 확인하고 우체국으로 갔다. 처음 보내는 국제우편이라 방법을 여러 번 여쭤보고 난 끝에 절차를 마칠 수 있었다. 결제 단계에 이르러 직원께서 말씀하신다.

  "3만 원입니다."

  놀란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애쓰며 결제했다. 답장이 오리라 생각했다. 전 세계 아이들이 보내는 편지에 답장을 해야 하니 6개월은 걸릴까 생각했다. 크리스마스가 지난 뒤에 오더라도 기분 좋은 마음으로 받으리라. 기다렸다. 오지 않았고, 실망했다. 마음을 다독였다. 아이들이 보낸 편지를 받아 답장을 하는 일이 중요하다 여기며, 마음을 접었다. 접어둔 마음은 먼지가 쌓여 잊혔다.

    

  순서가 뒤로 많이 밀렸지만, 나에게도 기회가 있었나 보다. 편지에는 인쇄된 글이 있다. 모두에게 동일한 내용을 보내는 글로 보였지만, 마음이 따스해졌다. 내 마음에 있던 어린 녀석이 기지개를 켜고는 생각정원에서 뛰어다닌다. 여자친구에게 자랑을 했고, 가까운 이들에게 알렸다. 산타클로스에게 편지를 받았다고.

  

  그때 나에게 보낸 글을 찾아봤다. 목표는 브런치 작가되기, 책 120권 읽기, 글 200개 발행하기, 체중 70 kg 대로 유지하기.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께서 도와주신 덕분일까? 모두 이루었다. 머리맡에 선물은 아니지만, 날 응원하는 마음을 두고 가신 모양이다.


  마음에 있던 아이가 마음속 정원 책방에서 편지지를 꺼내온다. 혹시 산타 할아버지께서는 날 기다리신 건 아닐까 하며 몇 자 적어본다. 다 적고 실링 왁스로 마음을 꾹 눌러 붙인 다음에 마음 우체통에 넣는다. 산타할아버지께 라는 문장이 있으니, 산타클로스에게 가지 않을까? 그분은 어디서든 날 보고 있을 테니. 마음속 정원에서 뛰어다니는 아이와 함께 앉아야겠다. 산타할아버지의 마음을 같이 기다려본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편지




덧붙임

 여자 친구도 답장을 받았습니다. 물론 같은 내용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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