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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 15. 2023
제 책을 찾아 교보문고를 탐험하고 왔습니다.
거대한 책 숲에 자라난 나무.
제 책을 찾아 교보문고 탐험하고 왔습니다.
서점 가는 일이 참 재미있다. 온라인 서점에서는 느낄 수 없는 기대가 있다. 책 숲을 걷다 보면, 생각하지도 못한 책을 만나기 때문이다. 서점에 가면 나만의 길이 있다. 인문, 역사 부분을 한번 돈다. 세계사에 관한 책을 하나 들어보기도 하고, 고전이라 불리는 책을 들어 몇 장을 보기도 한다. 어려운 책들이 마음에 들어온 뒤에는 소설로 간다. 눈 밝은 독자가 될까 해, 새로 나온 소설을 찬찬히 살펴본다. 다음은 심리와 과학이 모여있는 곳을 가볍게 거친다.
가는 길을 다르지만 책 숲 탐험 끄트머리는 비슷하다. 언제나 에세이다. 사람 이야기가 있고, 그들의 아픔이 서려있는 곳에 꼭 간다. 가까이 있지만, 생각하지도 못한 이들의 삶을 볼 수 있는 곳에서 잠시 머문다. 상처가 있는 나무는 멋지게 아물어 단단한 나무가 되어 있다. 그들이 만든 커다란 그늘은 언제나 쉬어갈 수 있는 휴식이 된다. 숲을 나갈 때, 꼭 그들의 나무를 가져와 내 마음 정원에다 심는다. 우연에 기대어 책을 만날 수 있는 서점 탐험이 재미있다.
시간에 여유가 있으면, 보지 못한 책들이 있을까 해 다시 돌아본다. 평대를 보던 눈은 책장으로 가고, 잘 보이지 않는 평대 아래를 보기도 한다. 이때는 눈에 띄는 곳은 가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사고 있다는 베스트셀러. 오래도록 관심을 받고 있다는 스테디셀러. 자신의 순위를 머리에 이고 있다. 거기다, 잘 보이는 곳에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들은 내 관심이 없다 해도 많은 이들이 오갈 테니, 잘 보지 않는 곳을 굳이 찾는다.
밀려 나있는 책들에서 인생 책을 만날 수 있기도 하고, 누군가 삶을 쏟아 만들어낸 책이 잊힐까 해 조금은 노력하는 일이기도 하다. 온라인 서점은 보이지 않는 책들을 만나기 어렵다. 쏟아지는 수많은 책들이 있고 홍보하니 잊히기 일쑤다. 온라인이 줄 수 없는 기쁨을 준다. 잊힐 수 있는 책을 만날 수 있기에 오프라인 서점을 가는 일이 즐겁고 기대된다.
하모니 북 대표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내 책이 오프라인 교보문고에 놓여있다고 하신다. 난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방문하겠노라 말했다. 책을 탄생시킨 한 축으로 그들이 잘 있는지 걱정도 되고, 외롭게 잊히지 않을까라는 마음도 있다.
난 책 숲으로 여행을 떠났다.
전국 27개 오프라인 매장에 책이 놓였다고 한다. 가까이 있는 곳을 찾아 떠났다. 목적 없이 책을 만나러 가던 마음과는 달랐다. 내 책이 놓여있는 곳을 찾아 떠나는 목적이 있는 탐험이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검색을 하니, 책 옆에 내 이름이 놓여있다. 찾아간 곳은 서점 여행의 늘 마지막에 있던 에세이. 거기다 신간.
미묘한 마음을 안고 내 책을 찾았다. 생각하지도 못하게 멋진 책들 곁에 내 책이 있다. 어떤 책은 누워있었고, 어떤 책은 서 있었으며, 어떤 책은 다른 책들과 어깨를 맞대고 서있었다. 사진을 찍고 괜히 누가 있었나 확인했다. 읽은 감이 있는 책이 있을 때는 두근거렸다. 잠깐 책 곁에 서있다 떠났다. 뒤를 돌아보며 잘 있으라는 응원을 했다.
짧은 탐험으로 내 책이 잘 있다는 이야기에 떨리는 마음으로 돌아왔다. 내 책은 이제 어떤 삶을 살아갈까? 내가 시작을 알렸지만, 이제는 그의 삶을 살아가리라. 난 응원한다.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잠시 쉬어갈 책이 되길 바라며. 평대에 놓여있던 책은 이제 책장으로 언젠가는 평대 아래로, 다음에는 창고로 갈지 모르지만. 난 잊지 않으리라. 누군가 한 명이라도 잊지 않으면 그 책은 살아남으리라 믿으려 한다.
좌측 상단에서 부터 오른쪽 방향 (교보문고 강남점, 잠실점, 광화문점, 합정점, 영등포점, 목동점, 인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