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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Apr 23. 2023

우린 실패로부터 배운다. 성공이 아니라.

오늘도 하나 배웠습니다. 

우린 실패로부터 배운다. 성공이 아니라.


예전에 읽었던 책을 읽는다. <난생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시리즈다. 책 첫 장에는 언제부터 언제까지 읽었는지 기록하는 버릇이 있는데, 다시 읽을 때 참 좋다. 5년 전에 읽었고, 그때 내 생각을 볼 수 있다. 내 손에 있는 책은 두 번째 이야기인 그리스, 로마다. 그리스 문화는 로마를 거쳐 지금의 유럽 전체와 아메리카 대륙 정신에 중요한 뼈대로 작용하고 있다.


예술은 정치 사회를 선도해 보여주기도 하고, 그 순간에 사람들의 생각을 합쳐내 그려내기도 한다. 또, 예술은 홀로 있는 것이 아니라 역사가 남긴 흔적을 담기도 하고, 시대상을 흡수해 하나의 작품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미술 이야기를 보고 있으니 그들이 흘러온 역사를 공부하게 된다. 


지금으로부터 2,000년에 넘는 세월을 견딘 작품이지만, 뛰어나다. 지금 기술로 가능할까 싶기도 한 작품이 즐비하다. 거기다 이야기를 알고 나니, 작품이 살아 움직인다. 이번에 주목하게 된 건 그리스 작품의 변화다. 그리스 하면 멋진 조각이 떠오른다. 이상적인 몸매를 뽐내며 살아있는 표정이 보인다. 하지만 그리스 문화에 맨 앞에 있는 작품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스 조각상의 변천 (출처: 난처한 미술이야기 2, p. 208)


딱딱하다. 생동감은 없고, 경직되어 있다. 사람처럼 보이기보다는 어딘가 어색하다. 1권은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보던 조각과 별다르지 않다. 그리스로부터 2,000년 전 작품에서 변화한 게 없는 모습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스 예술은 시작부터 멋진 모습이라는 근거 없는 생각이 바스스 부서졌다.


그리스 조각은 정말 빠른 속도로 변화했다. 마지막쯤 와서는 우리가 아는 그리스의 조각을 만날 수 있다. 이러한 변화의 동력은 무엇일까? 변화를 설명해 주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칼포퍼, 문화이론.

그는 실패한 모방 시도가 새로운 문화가 나온다고 주장한다.


칼포퍼, 문화이론은 다음과 같다.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에서 작품을 보거나 듣고 난 뒤 작품을 만든다. 하지만, 영상이 있는 것도 사진이 있는 것도 아니라 똑같은 작품을 만들 수 없었으리라. 또, 가서 보고 온다고 해서 기억을 얼마나 할 수 있을까? 그려온다고 해서 똑같이 그려올 수도 없으니 모방은 했지만, 같은 작품을 만들 수는 없었다.


자연스럽게 만든 차이는 모방 실패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이 되었다. 실패가 실패가 아니다. 실패한 작품 중, 모방에 실패한 작품 중에 꽤 괜찮은 경우도 있었으리라. 실패한 모방이 쌓여간다는 것은 사실 새로운 도전이 쌓여가고 있다. 실패에 관대했고, 새로운 도전에 응원을 보낸 지역이 그리스였나 보다. 


그렇게 실패에서 멋진 작품을 만들어낸 곳이 바로 그리스다.


오늘도 하나 배웁니다.


글 쓰는 일도, 내가 사는 일에도 실패가 따른다. 어떤 일은 실패인지도 모르고 넘어가는 일도 있다. 때로는 마음을 다해 준비했지만 잘 안 되는 날도 있다. 실패가 마음을 아프게 한다. 실패는 상처를 만들기도 하고, 스스로를 의심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무엇이 되었든, 나를 멈추게 한다.


요즘 내 앞에는 복잡한 문제가 있고, 실패로 만들어져 가고 있는 일들이 있다. 답답하고 조급한 마음이 상처를 낸다. 그리스 조각을 보며 마음을 다독여 본다. 


실패한 시도가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내리라 믿으며.

우린 실패에서 배운다. 성공이 아니라, 는 사실을 믿으며.

오늘도 하나 배웁니다.



한 줄 요약: 실패를 했습니다. 하나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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