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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Apr 15. 2023

시간을 선물하는 방법 2

시간은 곧 마음.

시간을 선물하는 방법 2


편지를 쓰는 일이 시간을 선물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글로 낸 적이 있다 <시간을 선물하는 방법>. 편지를 받는 사람을 생각하며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다듬는 시간. 편지지를 꺼내고 펜을 골라 종이에 한 자 한 자 눌러쓰는 시간. 편지 봉투를 가려 뽑아 편지를 넣는 시간. 편지는 시간을 선물하는 방법이다. 그러기에 참 많은 사람들이 편지를 다른 선물보다 뜻깊게 생각하고 즐거워한다. 


<놀면 뭐 하니>에 '놀뭐 복원소'라는 코너가 있다. 의뢰인 추억이 가득한 물건을 새로이 만들고 고쳐내는 일을 한다. 온갖 물건이 나온다. 내가 사용해 본 물건도 있고, 듣기만 했던 물건도 있다. 단순히 오래된 물건이 아니라 추억이 담겨은 무직한 물건들.


마음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 예전에는 믹스 테이프를 만들어 선물하곤 했다.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본 기억이 있다. 좋아하는 곡을 모아서 테이프로 엮어내는 것이 바로 믹스 테이프다. 때론 이 믹스 테이프가 마음을 전달하기도 했다고 한다. 감미로운 목소리가 담아내는 가사를 전달하기도 하고, 그대를 만나 신나는 마음을 테이프에 넣어 전달한다.


어떻게 만들까? 빈 카세트테이프와 원하는 노래가 있는 테이프가 필요하다. 때로는 라디오에서 녹음하고 싶은 노래가 나오길 기다리기도 한다. 원하는 노래를 재생하고, 빈 쪽 카세트테이프는 녹음을 한다. 한 곡이 끝날 때까지 조용히 기다린다. 그렇게 노래가 끝나면 재빨리 재생을 끝내고 녹음도 끝낸다. 


필요한 노래를 한 곡 한 곡 녹음한다. 하나의 테이프를 만드는 데에는 온전히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하다. 아니다, 노래를 선택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있으니, 녹음된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을 테이프에 담는다.


아! 알게 되었다. 시간을 선물하는 또 다른 방법을.


시간은 곧 마음.


우린 끝이 있는 삶을 살아간다. 그러기에 시간은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도 시간을 무한정 늘릴 수 없고, 아무리 권력이 강한 사람도 자신의 시간을 무한히 늘릴 수 없다. 모두들 끝이 있는 삶을 살아간다. 소중한 시간을 선물하는 일은 무척 귀하다.


유한한 시간에 조각을 떼어 테이프를 만드는 일은 곧 마음을 내어 주는 일이고, 생명의 일 부분을 받는 이들에게 주는 일이 되니 말이다. 


예전에 믹스테이프 선물은 단순히 좋아하는 노래를 공유하고, 자신의 마음을 노래로 전달하는 일이 아니다. 자신 생의 조각을 나누는 일이었다. 그러기에 받는 이도, 주는 이도 큰 마음이 있음을 알고 소중히 다룬 건 아닐까?


지금은 믹스테이프는 없어졌다. 저작권 문제도 있고, 스트리밍이라는 멋진 기술이 있기 때문이다. 아쉽다. 그 세대가 아니라 믹스테이프를 사랑하는 이에게 시간으로 선물할 수 없으니. 믹스 테이프는 아니지만, 믹스 플레이 리스트를 만들어 차에서 사랑하는 이와 함께 듣고 싶다.


시간을 선물하진 못해도, 시간을 공유하며. 참 아날로그라고, 옛날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나는 그러한 시절을 동경한다. 시간을 선물하는 일. 생을 떼어내어 주는 일 말이다. 나에게는 없는 추억이지만 그립다.



한 줄 요약: 시간을 선물하는 일은 생의 조각을 떼어내어 주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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