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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Jun 10. 2023

은행에서 실사 나오면 화장실을 보는 이유.

보이지 않는 곳마저 관리하자.

은행에서 실사 나오면 화장실을 보는 이유.


가끔 어머니는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신다. 회사를 운영하시던 시절 이야기다. 회사를 운영할 때, 은행에 대출을 신청하셨나 보다. 돈을 빌린다는 일은 꽤나 복잡한 일이 있다. 서류로 자신을 증명하고, 문서로 자신을 표현해야 한다. 빌려주는 입장에서는 그래도 불안한가 보다. 서류를 철저히 살펴봤지만, 돈이 떼이는 경험이 쌓였기 때문일까? 은행에서는 돈을 빌려주는 과정에 '실사'라는 과정이 있다고 한다.


회사에 대출 업무를 진행하는 직원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회사는 정상으로 운영하는지, 사진으로만 보던 기계들은 정말 있는지, 앞으로도 돈을 갚을 능력이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대출을 할 때, 회사는 마음의 준비를 한다. 보이는 곳을 참 깨끗하게 준비하니, 현장 실사의 문제점으로 보인다.


잘 꾸며진, 잘 준비된 장소로 실사를 간다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급작스럽게 온 은행 직원을 맞으셨다고 한다. 그들은 커피를 한잔 먹고는 회사를 둘러봤다고 한다. 회사에서 가지고 있는 장비로 확인하고, 직원들의 표정을 살피기도 한다. 꼭 확인하는 곳이 있다고 하는데, 바로 화장실이라고 한다.


화장실. 가장 보이지 않는 곳을 확인한다. 대출 심사를 하는 은행직원에게 물어보지 않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봤다. 왜 화장실을 볼까? 추측이지만, 아마 가장 보이지 않는 곳마저 이렇게 신경을 쓰고 있다면, 다른 곳도 꼼꼼히 보고 있지 않을까라는 예상이 아닐까? 서류도 깔끔하고, 화장실 마저 관리가 잘 되어 있다고 보면, 그들은 돈을 최선을 다해 갚는다고 생각한 건 아닐까? 화장실을 보는 일은 숨기고 있는 태도를 보는 일이 아닐까?


나에게도 보이지 않는 곳을 보게 된다.


보이지 않은 곳마저 관리하자.


가끔 아버지는 이유 없이 방을 둘러보신다. 책장에 어떤 책인 있는지 보시기도 하고, 책상을 쓱 보신다. 보통은 아무런 말 없이 나가시지만, 가끔 말을 건넨다.


"청소해라."


어머니의 옛이야기가 아버지의 말이 섞여 반죽되더니, 아버지가 내 방에 온 이유를 어렴풋이 보인다. 아버지는 실사를 나오신 걸까? 아들의 마음을 직접 묻지 못하시고 최근에 읽고 있는 책으로 해석하고, 책상 상태로 마음 태도를 읽어내 모양이다.


아버지의 말씀에 따라 청소를 해본다. 먼지를 닦아내고 어지러이 있던 책을 책장으로 보낸다. 숨겨져 있던 마음이 한결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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