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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Jun 11. 2023

마음을 단단하게 하는 방법.

이제는 마음 대장간에 무엇을 위해 화로에 무엇으로 불을 댕길까?

이제는 마음 대장간에 무엇을 위해 화로에 무엇으로 불을 댕길까?

마음을 단단하게 하는 방법.


주말 아침. 더 자고 싶지만 습관이 굳어서인지, 일찍 일어난다. 텔레비전 앞에 앉아 채널을 이리저리 점핑하다 멈춘 곳은 <유퀴즈 온 더 블록>이다. 이른 주말 아침에는 재방송이 좋다. 이야기를 따라가는 일에 조금의 힘도 쓰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한국을 빛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할 만한 영주 대장간 대표님이 나오셨다. 아마존을 통해 세계에 한국 호미를 수출하는 이야기를 멍하니 바라봤다.  


우리 주변에도 있을까? 에너지를 내어 검색했다. 서울에도 대장간이 있다고 한다. 말 편자를 만들기도 하고, 농기구를 제작하기도 한다. 붉은색 화로가 보이고 땅땅거리는 소리와 쇠가 식는 '치~' 소리가 들린다. 이제는 공장에서 착착 나오는 싼 물건에 밀린다. 자신에게 꼭 맞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대장간을 찾는다고 하지만, 혼자 서있기 힘든 모양이다. 서울시에서는 미래유산이라는 이름을 붙여 보호하고 있다. 


호기심이 날 움직인 모양이다. 방송을 배경음악 삼아 휴대전화에 집중했다. 대장간은 담금질로 쇠를 단단하게 하고,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어낸다. 담금질은 쇠의 강도와 경도를 높이는 작업이다. 강도는 무엇이고, 경도는 무엇일까? 강도는 물체의 단단한 정도를 이른다. 무게가 실릴 때, 변형에 변하지 않는 일을 이른다. 경도는 굳기 정도를 이야기한다. 표면의 마모나 긁힘 정도를 말한다. 담금질은 이 모두를 강하게 만든다.


가열하고 유지한 뒤 빠르게 식히는 일을 반복해 강도와 경도를 강하게 한다. 가열과 식히는 작업을 반복하면 철이 가진 결정 조직이 변화한다. 이 과정이 곧 철을 강하게 하는 일이 된다. 가열하고 식는 작업의 반복. 무작정 반복하면 무한이 강해질까? 아니라 한다. 적당함이 필요하다. 계속하게 되면 취성이 높아지고, 담금질하던 철이 깨진다고 한다. 


담금질, 강도, 경도, 취성... 모든 단어가 날아와 마음에 놓인다. 


검색을 멈추고 나니, 생각이 재생된다. 내 마음을 달구고 때리고, 강하게 했던 순간. 대학원이다. 화로가 있다. 시간이라는 잘 타는 연료를 넣고, 집중력이라는 불쏘시개를 넣고 불을 댕긴다. 그런 뒤 풀무로 꾸준함을 강하게 넣었다. 화로에 열정이라는 불이 붙었다. 


마음을 화로에 넣는다. 붉게 타오른 마음을 꺼내 원하는 모양으로, 땅땅 친다. 겹겹이 접어 만들기도 한다. 다음에는 물에 넣는다. 빠르게 식힌다. 냉정이라는 물에 넣어야 한다. 이제는 열정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차가운 머리로 따져봐야 한다. 내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따지는 순간이다. 연구 선배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토의를 하며 냉정하게 따진다.


열정과 객관의 반복이다. 그럼 내 마음을 무척 단단해진다. 지루한 작업. 타성에 젖어 계속하면 안 된다. 완전해 보이지 않지만, 멈추어야 할 순간이 온다. 연구를 한 매듭 지우고 멈춰야 한다. 결과물이 논문이 될 수 있고, 보고서가 될 수 있다.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하게 되면, 마음은 견디지 못하고 외부의 힘에 파괴되는 취성이 높아진다. 


재방송이 끝났다. 늦은 아침에 가족들이 모두 일어나셔서 분주히 움직인다. 이제는 아침을 먹어야 하는 모양이다. 한동안 멈춰 있던 화로를 청소한다. 이제는 마음 대장간에 무엇을 위해 화로에 불을 댕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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