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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May 17. 2023

누구에게나 시작은 있다.

나도 서있다. 그곳에.

누구에게나 시작은 있다.


군대에서 야구를 보기 시작했다. 5년 동안 참 착실하게 봤다. 경기를 놓치지 않고 보고, 다른 경기장 하이라이트를 보며 야구를 따라갔다. 대학원에 들어가고는 보기를 멈췄다. 아니, 멈춰졌다. 여유를 가지고 긴 시간 경기를 볼 수 없었기 때문이리라. 잊고 살았다. 잠들고 있던 야구 사랑이 다시 꿈틀 거리는 기회가 왔다. 바로 <최강야구>.


은퇴한 프로 선수가 중심이 되어 만든 팀이 몬스터즈다. 현역 고등학교팀, 대학팀, 독립구단과 경기를 치른다. 몬스터즈 선수의 마음은 현역이지만, 몸은 그렇지 못한 모양이다. 하지만, 승부욕은 몸을 넘어서는 힘을 내게 하고, 경험은 위기를 극복하는 재료가 된다. 몬스터즈는 마음이 열이 나게 승부를 이어간다. 


경기가 지속될수록 그들은 진심이 보인다. 상대에 대한 존중이기도 하고, 스스로가 프로임을 잊지 않는 결과리라. 기억에 오래 남을 장면이 있다. 바로 몬스터즈팀에 있는 대학생 선수들의 드래프트. 드래프트는 지난해 성적을 기준으로 순위표 가장 아래에 있는 프로팀이 좋은 선수를 순서대로 뽑는 과정이다. 10개 팀이 11번 뽑는다. 1,000명이 넘는 선수 중에 프로 선택을 받는 이들을 겨우 110명. 그들 인생 전체를 한 번에 평가받는 자리가 바로 드래프트다.


다행히, 몬스터즈팀에 있는 두 명의 대학 선수 모두 프로에 입단했다. 15년 성과가 한 번에 증명되는 순간. 뒷부분에 뽑힌 그는 진정으로 기뻐한다. 진정으로 기뻐하는 순간. 영상만으로 벅찼다. 아마 긴 시간 부어둔 노력이 압축되어 한 순간으로 보였기 때문이리라. 그는 눈물을 흘린다. 흘린 눈물은 지난 시간 동안 슬픔과 어려움의 정화이며, 자신을 지지해 준 많은 분들을 향한 감사이리라.


시간이 증류된 눈물은 끝나고, 많은 분들에게 벅찬 순간을 선사한다. 그는 이제 막 시작했다. 프로를 거쳐 은퇴하고 커다란 족적을 남긴 야구 전설들은 그에게 전화하여 비슷한 이야기를 전한다. 


"이제 시작이야!"


최강야구


나도 서있다. 그곳에.


누구나 시작은 있다. 이승엽, 박용택, 김선우, 송승준, 정성훈, 이택근, 장원삼, 심수창, 유희관, 오주원, 정근우, 서동욱, 정의윤, 김문호, 이대은, 이홍구. 한국을 너머 일본 그리고 미국에서 활동을 하고 기록을 남긴 이들도 모두 시작이 있다. 조금 앞선 시작을 한 이들도, 조금 늦은 시작을 한 이들도 있지만, 그들은 대단한 기록을 남겼다.


15년이라는 긴 세월의 보상으로 끝처럼 느껴지는 드래프트는 사실 시작이다. 시작을 경험하고, 전설을 남긴 이들은 그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이제부터 잘해야 한다고 다독인다. 모두에게 시작이 있다. 무척 작고, 비슷해 보인다. 그 시작은 훗날 어떤 기록으로 남을지 아무도 모른다. 


나도 서있다. 드래프트 마지막 라운드에 있다. 나는 지명이 될까? 이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될까? 다행히 지명이 된다면 나는 잊지 않으리라. 이제 시작임을 말이다. 또, 지명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실망하지 않으리라. 야구 드래프트는 1년에 한 번이지만, 인생 기회는 1년에 한 번이 아니니. 


나도 서있다. 드래프트 현장에



한 줄 요약: 모두에게 시작은 있다.




사진 출처: tvN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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