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에 도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유학에 도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유학에 가장 중요한 것은 언어다. 바로 영어. 충분히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영어로 논문을 쓸 수 있는지가 참 중요하다. 물론 최선을 다해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지금도 영어에 자신이 없다. 그때도 다르지 않았다. 내가 유학을 원한다는 사실을 아는 지도교수님은 나를 참 많이 도와주셨다. 시간을 내어 영어를 공부할 수 있도록 하셨고, 토플을 배울 수 있는 학원비를 지원해주시기도 했다.
실력과 의지의 격차를 줄여나갔다. 시작은 성장 드라마였다. 환경이 변했다. 내게 유학 준비할 시간을 빼앗아 갔다. 교수님도 어찌할 수 없는 변화에 안타까워하셨다. 선택을 할 수도 없는 상황에 난 공부하기를 멈췄다. 교수님에게 죄송했다. 그래도 공부는 하고 싶었다. 박사를 향해 가고 싶었다. 그 마음을 먹는 순간, 내게 지도 교수님은 한 분이셨다. 박사과정으로 받아 달라고 말씀드렸다. 단칼에 거절당했다. 이른바, 명문대로 가라고 하셨다. 나도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그럼 하지 않겠습니다. 취직하겠습니다."
교수님은 선선히 그러라 하셨다. 시간이 가고 박사 과정 입학 지원 시간이 흘러갔다. 마감이 다가오는 날 교수님이 나를 부르셨다.
"진짜 안 할 거야?"
그 질문에 난 그러겠노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교수님은 어이없어하시며, 웃으시더니 입을 떼셨다.
"지원서 빨리 써. 골칫거리를 내가 떠안게 되었구먼."
스승님, 오! 나의 스승님.
내 사주를 보시거나, 얼굴을 보시고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있다.
"네 사주에는/ 네 얼굴에는 공부할 운이 있다."
믿지 않고 마음으로 비아냥 거렸다.
'공부는 책 펼치고 혼자 하는 무척 개인적인 일입니다. 운이라뇨. 그런 건 없습니다.'
교수님이 손을 뻗어 내밀 때, 떠올랐다. 아! 내가 공부를 멈출 수 있는 시점에 나타난 스승이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 운은 아닐까? 아마 삶 끄트머리에 가서도 난 내 스승님을 말할 것이다. 감사하다고, 지금 내게 쥐어진 무엇이 있다면, 거기에는 교수님이 참 큰 지분을 가지고 계시노라고.
<죽은 시인의 사회> 명대사가 떠올랐다. "오, 선장, 나의 선장님." 바꿔야겠다. "스승님, 오! 나의 스승님." 스승의 날에 교수님을 찾아뵈어야겠다. 감사한 마음을 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 줄 요약: 스승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