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그 단점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선택에 대한 고민을 독서모임에 올려뒀다. 가벼운 선택을 가만히 보면, 혹시 무거운 선택의 길 보일까? 선택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가벼운 질문에 살짝 끼워 물었다.
"인터넷 쇼핑은 어떤 기준으로 하시나요?"
"장점과 단점은 분류합니다. 장점보다는 단점에 집중해요. 단점을 내가 감당하다고 판단되면 선택합니다."
"쇼핑할 때 낮은 별점을 봅니다. 단점이 확연하게 보이거든요. 그럼 마음에 준비를 합니다. 물건을 샀을 때, 단점이 갑자기 나오는 게 아니라, 이미 마음에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단점을 감당할 수 있을 때 구입합니다."
"충동적으로 구매합니다. 리뷰나 평점을 잘 보지 않습니다. 물론 이상한 물건이 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다립니다. 버리지 않고, 환불하지 않고 감당합니다. 그렇게 두고 있다 보면 언젠가는 꼭 쓸 일이 있더라고요."
책 친구들이 준 기준을 들고 마음에 오니, 예전 드라마 대사가 떠올랐다. <스카이 캐슬>.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사는 곳에서 치열한 교육 전쟁을 그린 드라마다. 이른바 사모님의 교육을 보좌하는 김주영. 극소수만 아는 입시 코디네이터다. 그녀가 한 대사다. 내가 선택에 기로에 서 있을 때 떠오를 문장이 되었다.
"감당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선택은 참 어렵다. 지금 최선이라고 생각한 선택이 나중에는 좋지 못한 선택이 되기도 하고, 이번에 한 선택이 실수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보니 참 잘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선택을 고민한다는 것은 두 선택을 저울에 올려 두었지만, 묘한 균형이 맞고 있는 상황 때문이리라. 그럴 때 기준이 있어야 한다.
가벼운 질문으로 건저 올린 통찰로 무거운 선택에 기준을 세웠다. 단점을 인정하고, 언젠가 쓸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감당하는 일. 최근에 몇 번에 선택이 있었다. 선택하기 싫어 모른척하고 미뤄 두다가 결국 선택을 했다. 마음이 지저분해졌다. 저울에 두고, 또 두고 고민을 했다. 저울에 단다고 해서 한쪽으로 쏠리지 않으니, 해봐야 큰 소용없는 일을 계속했다. <스카이 캐슬> 김주영이 또 다른 대사를 나에게 남긴다.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이제는 그러지 않으리라. 책 친구 조언을 전적으로 믿으려 한다. 장점과 단점을 줄지어 세워 두고, 단점에 집중한다. 그 단점을 내가 감당할 수 있으면, 선택을 한다. 그렇게 선택된 방향은 언젠가 쓸 일이 있다고 생각하며 시간을 감당하려고 한다.
이제는 책 친구들을 전적으로 믿으리라.
한 줄 요약: 단점을 찾고, 감당 가능 할지 확인한다. 다음은 시간을 감당하는 일이다.
덧붙임 1.
쇼핑할 때 어떤 방법으로 하시나요?
덧붙임 2.
책 친구들을 전적으로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