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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단점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by Starry Garden
그 단점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여럿 가운데서 필요한 것을 골라 뽑음.' 사전에서 찾은 선택에 뜻이다. 끝이 있는 시간과 부족한 돈은 우리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여려 가운데 필요하고 좋은 것을 골라 뽑기 위해 고민한다. 책도 예외는 아니다. <북적북적>이라는 독서기록장을 작성한다. 내가 읽을 수 있는 책 숫자는 한계가 있다. 더 읽고 싶지만, 참 어렵다. 그래서, 책을 고르는 일에 늘 신중하다. 요즘에 더 책 선택에 신중을 기하는데, 바로 한 달에 한번 있는 지정 독서 때문이다.


선택에 대한 화두가 내 앞을 어른거린다. 선택을 피하고 외면했지만, 결국에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온다. 선택에 기로에 서서 고민을 하게 된다.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도 있고, 선택하지 않은 길이 조금 더 좋은 길이였나 싶기도 하다. 또,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판단을 했나 싶기도 하다. 어려운 일이 오거나, 내가 한 선택이 실패로 향해 갈 때는 가지 않은 길이 더 빛나 보이기도 한다.


선택에 대한 고민을 독서모임에 올려뒀다. 가벼운 선택을 가만히 보면, 혹시 무거운 선택의 길 보일까? 선택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가벼운 질문에 살짝 끼워 물었다.


"인터넷 쇼핑은 어떤 기준으로 하시나요?"



"장점과 단점은 분류합니다. 장점보다는 단점에 집중해요. 단점을 내가 감당하다고 판단되면 선택합니다."


"쇼핑할 때 낮은 별점을 봅니다. 단점이 확연하게 보이거든요. 그럼 마음에 준비를 합니다. 물건을 샀을 때, 단점이 갑자기 나오는 게 아니라, 이미 마음에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단점을 감당할 수 있을 때 구입합니다."


"충동적으로 구매합니다. 리뷰나 평점을 잘 보지 않습니다. 물론 이상한 물건이 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다립니다. 버리지 않고, 환불하지 않고 감당합니다. 그렇게 두고 있다 보면 언젠가는 꼭 쓸 일이 있더라고요."



책 친구들이 준 기준을 들고 마음에 오니, 예전 드라마 대사가 떠올랐다. <스카이 캐슬>.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사는 곳에서 치열한 교육 전쟁을 그린 드라마다. 이른바 사모님의 교육을 보좌하는 김주영. 극소수만 아는 입시 코디네이터다. 그녀가 한 대사다. 내가 선택에 기로에 서 있을 때 떠오를 문장이 되었다.


"감당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선택은 참 어렵다. 지금 최선이라고 생각한 선택이 나중에는 좋지 못한 선택이 되기도 하고, 이번에 한 선택이 실수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보니 참 잘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선택을 고민한다는 것은 두 선택을 저울에 올려 두었지만, 묘한 균형이 맞고 있는 상황 때문이리라. 그럴 때 기준이 있어야 한다.


가벼운 질문으로 건저 올린 통찰로 무거운 선택에 기준을 세웠다. 단점을 인정하고, 언젠가 쓸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감당하는 일. 최근에 몇 번에 선택이 있었다. 선택하기 싫어 모른척하고 미뤄 두다가 결국 선택을 했다. 마음이 지저분해졌다. 저울에 두고, 또 두고 고민을 했다. 저울에 단다고 해서 한쪽으로 쏠리지 않으니, 해봐야 큰 소용없는 일을 계속했다. <스카이 캐슬> 김주영이 또 다른 대사를 나에게 남긴다.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이제는 그러지 않으리라. 책 친구 조언을 전적으로 믿으려 한다. 장점과 단점을 줄지어 세워 두고, 단점에 집중한다. 그 단점을 내가 감당할 수 있으면, 선택을 한다. 그렇게 선택된 방향은 언젠가 쓸 일이 있다고 생각하며 시간을 감당하려고 한다.


이제는 책 친구들을 전적으로 믿으리라.



한 줄 요약: 단점을 찾고, 감당 가능 할지 확인한다. 다음은 시간을 감당하는 일이다.



덧붙임 1.

쇼핑할 때 어떤 방법으로 하시나요?


덧붙임 2.

책 친구들을 전적으로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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