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르면 잔소리는 진리로 변하기도 합니다.
잔소리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여자친구와 빗길을 뚫고 서울로 향했다. 갑자기 떠오른 만두집을 찾아가기 위해서다. 육즙이 가득하고, 바삭한 만두피를 내어 놓는 가게가 일주일 내내 우리를 오라고 소리쳤다. 비가 와서 그럴까? 아니면 서울을 가는 길은 여전한 모습일까? 돌고 돌아 피해 갔지만, 결국 막히는 길에 멈췄다.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다, 우리는 약간은 무거운 이야기를 나눴다.
"우린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인가?"
각자 가지고 있던 생각을 정리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눈다. 나눈 이야기는 쌓여가니, 새로운 이야기로 나아가기도 한다. 둘 다 대학원을 나왔다. 그때, 우린 최선을 다했다. 아침 일찍 연구실에 나와 밤 10시가 넘어서 퇴근했다. 주말과 공휴일은 우리와 상관없는 날이다. 늘 비슷한 강도로 연구를 했다. 짧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순간을 대학원에서 경험했다.
반면 지금은 어떨까? 그때 보다, 마음에 열이 나게 일하지는 않는다. 적당히 쉬기도 하고, 주말에는 놀기도 한다. 안다. 지금 나는 그 시절에 나보다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그래서일까? 스스로를 게으름뱅이라고 하며, 더 노력해야 한다고 채찍질한다. 노력의 끝을 알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한 경험이, 지금의 나를 움직이는 동력 중 하나임을 알게 된다. 차는 막혔지만, 우리는 나눈 이야기 덕분에 막히는 줄도 몰랐다.
그렇게 1시간이 넘는 동안 나눈 이야기 결과를 한 문장으로 요약되었다.
우린 웃었다. 참 진부하다고. 중 고등학교 선생님이 할 법한 문장이라고 했다. 이 말을 후배에게 한다면, 우린 바로 꼰대 소리를 듣겠다고 했다. 내 입에서 나오자마자 그들에게는 잔소리로 정의되리라. 하지만, 스스로 뱉어낸 이 문장은 더 이상 잔소리로 느껴지지 않았다. 진리에 한 조각으로 느껴진다.
시간이 참 많은 것을 바꾼다. 나도 그중 하나다.
잔소리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가는 모양이다.
시간이 흐르면 잔소리는 진리로 변하기도 합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는 영화가 있다. 태어나자마자 가장 나이 든 버튼이 시간이 흐를수록 젊어진다. 결국 마지막에는 사랑하는 이에 품에 안겨 아이가 된다. 재미있는 영화다. 보지 않은 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짧은 문장으로 전하지 못한 재미가 있는 영화다.
잔소리를 이야기하고 나니, 이 영화가 딱 떠올랐다. 어린 시절 나에게 어른들의 이야기는 잔소리로 느껴졌다. 필요 없는 소리. 하나 마나 한 소리. 시간이 지나 한 줌의 경험이 쌓이고 나니, 알게 된다. 그 소리를 우리가 하고 있고, 그 말속에는 진리 한 조각이 녹아 있다는 사실을. 같은 문장이라도, 같은 책이라도 시간이 흐르고 나면, 참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듣던 수많은 잔소리는 사실 진리의 조각이 아닐까 한다.
이제는 누군가 하는 말을 잔소리라 생각하지 않으리라. 그들의 말을 기억하리라. 시간이 흘러 그 문장이 나에게 진리의 조각으로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줄 요약: 잔소리도 시간이 흐르면 진리 조각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