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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Jun 06. 2023

나이 먹는 일을 기다리는 이유.

취향이 나를 만든다.

나이 먹는 일을 기다리는 이유.


난 사십이 되길 기다린다. 아마 사십 대가 되면 오십이 되는 날을 기다릴 테다.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는 일을 기다린다. 가끔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는 선택지가 주어진다면 어찌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단박에 답한다. 싫다고. 나이 먹는 일을 기다리는 이유는 취향 덕분이다.


확고한 취향이 몇 개 있다. 우선 글쓰기. 이제 10개월 남짓 쓰고 알게 되었다. 참 좋아한다. 앞으로 오래도록 가지고 갈 취향이다.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정돈하며, 계획을 만들 수 있는 일이다. 사람들 말을 조금 더 듣게 하고, 배려하는 일이 늘어나니 나를 멋지게 하는 취향이라 믿는다.


글쓰기보다 오래된 취향이 있는데, 바로 만년필이다. "라미 사파리" 만년필을 쓴다. 3년 동안 한 자루만 쓰다, 최근 두 자루를 추가했다. 종이에 쓱쓱 거리며 쓰는 일이 참 즐겁다. 필사를 하기도 하고, 손 편지를 썼다. 저자의 마음을 깊게 다가갈 수 있고, 마음을 담아 타인에게 전달할 수 있는 일이니 내가 좋아하는 취향이다.


책 읽기도 나에겐 취향이다. 독서모임 덕분에 평소에 만나지도 못할 책을 읽고, 미쳐 생각하지도 못한 부분을 밝히는 책 읽기가 참 좋다. 생각을 조금씩 넓어지고, 내 생각 정원에는 다채로운 꽃이 피고 나무가 자라란다. 넓어진 마음으로 많은 분들이 쉬어 갈 수 있는 내가 되는 기분이다. 이 또한 내 취향이 만들어지는 일이라 믿는다.


나이 먹는 일을 기다리는 이유는 취향이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거기다, 나만이 내는 향을 첨가하니 뿌듯하다. 취향으로 단단해진 마음이 마당처럼 보인다. 너른 마당. 어떤 사람의 이야기도 차분히 들을 수 있고 내 향을 보여줄 수 있는 마당. 많은 분들을 받아 안을 수 있는 마당. 멋진 분들이 뛰어다니며 쉬기도 하며 나와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마당. 나이 드는 일이 곧 멋진 내가 되는 일이고, 내 마음 마당을 넓히는 일이라 믿는다. 그러기에 나는 나이 먹는 일을 기다린다.


취향이 나를 만든다.


취향이 만들어 내는 마당. 단단하고 잘 다듬어질수록 빛이 난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나에는 조금 흠도 있고, 좋지 못한 부분도 있다. 그래도 어린 시절로 돌아가 새롭게 다시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 흠도 나다.


또, 그 순간 최선을 다했는데, 다시 하라는 일은 생각하기도 싫다. 난 그 보다 더 최선을 다할 수 없다. 부족한 내가 취향으로 보완하려,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나이 드는 일이 기대된다. 열심히 살고 있는 스스로에 대한 응원일 수 있고, 나아가 멋진 내가 되는 과정이라는 즐거움 때문이기도 하다.


아직은 좁고, 구덩이고 있으며, 흠이 있는 마당이지만 시간이 흘러 마당은 반드시 커지리라. 누구에게도 강요하지 않고 너른 마음으로 다른 이들을 받아내는 힘을 길러주는 취향. 소통할 수 없는 벽이 아니라 누구나 놀 수 있는 마당을 넓히는 일. 나에게는 나이를 먹는 일이다.


내 취향을 조금 더 깊게 이해하고자 한다. 시간이 필요하다. 나이가 든 내가 나는 기대된다.



한 줄 요약: 취향을 만드는 시간. 나이 드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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