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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Jun 22. 2023

다 말라야 수몰된 지역이 보인다.

그곳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다 말라야 수몰된 지역이 보인다.


  올해 초 본 뉴스가 한참 마음에 남아 있다. 


  "가뭄에 모습 드러낸 수몰마을 흔적"

  "극심한 가뭄 속 동복댐 가보니... 물 대신 마른 수초만 가득 "심각한 상황""


  물이 가득한 댐이 건조한 날씨에 물을 빼앗기고 자신의 바닥을 보여줬다. 댐 물을 기대어 사시는 분들도 삶이 막막해지고, 댐으로부터 물을 받아 농사를 지어야 하는 분들의 갈라진 마음이 보인 기사였다. 


  물이 빠지고, 하늘을 바라만 보고 있다고 한다. 나와 직결된 문제가 아니다 보니, 잊었다. 비가 추적추적 오던 날 번뜩 떠올라 검색을 해봤다. 지금은 조금 괜찮아진 듯해 마음을 쓸어내렸다. 검색어에 따라온 다른 기사가 보였다. 


  "대청호 수몰의 아픔 남긴다... 옥천군 40여 년만 기록화사업"


  가득 찬 물이 자리를 내주니, 마을이 보였다고 한다. 물이 가득 차 있는 그곳은 사실 사람이 살던 곳이다. 물을 모아야 한다는 큰 이유. 많은 분들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댐이 들어서니, 살던 분들은 모두 떠나야만 했다. 갑자기 고향을 잃어버린 분들은 슬픔을 안고 떠났을 테다. 다행히 수몰 지역에 대한 기록을 남긴 곳이 있지만, 그렇지 못한 곳도 꽤 많은 가보다.


  어떤 분들은 고향을 보며 지내고 싶다고 댐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사시기도 하고, 어떤 분은 자기가 돌아가 오래도록 잠잘 곳을 정할 때,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곳으로 해달라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기사가 머리에 섞여 반죽되니, 내 마음에도 수몰된 지역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마음을 참 모른다. 나와 동일한 일이기 때문일까? 참 모른다. 걱정, 생각, 근심, 기쁨... 마음을 구성하는 많은 것들이 댐을 가득 채운다. 채우고 있으니, 마음 아래에는 무엇이 있는지 잊는다. 아니 무엇이 있기나 한가 라는 생각에 다다른다. 오래도록 공부를 하고 직장을 다니며, 마음 댐에 물이 가득했다. 답답한 마음이 댐을 찰랑거리며 채웠다.


  불안하며 지냈다. 댐이 넘칠까 봐. 당연히 고향을 잃었고, 고향이 있다는 사실도 잃어버렸다. 댐에 문제가 생겼다. 스스로에게 안식년을 주고 글을 썼다. 생각, 걱정, 근심, 기쁨을 퍼냈다. 위로를 해주시는 분들, 공감해 주시는 분들, 축하해 주시는 분들이 나와 함께 물을 퍼냈다. 한참을 하고 나니, 가득하던 수위는 내려가고, 수몰 지역이 보였다. 


  잊고 있던 고향이 보인다. 글을 쓰니 물에 가려져 있던 마음 굴곡이 보인다. 내 마음에는 무엇이 있을까? 내 역사가 있지 않을까? 글을 쓰며, 조금 더 퍼내본다. 내가 잊고 있던 마음이 조금씩 보이리라. 기사가 하나 송고되었다.


  "Starry garden 댐 수몰마음 기록 만들기 사업에 착수"


  글을 쓰며 숨겨진 내 마음을 보러 간다.



한 줄 요약: 잊고 있던 마음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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