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를 찾아본다.
블루베리 향은 없다.
과자를 먹으며 성분표를 본다. 입을 즐겁게 해주는 과자는 무엇으로 만들었나 싶어서 본다. 원재료를 보며 어떤 나라에서 오는지 보기도 하고, 이런 것까지 들어가나 싶은 첨가물을 보기도 한다. 요즘에는 운동을 하고 체중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 과자 뒤편을 자주 본다. 생각보다 짜고, 생각보다 달달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이 맛을 끊어낼 순 없다.
원재료를 보고 있으면 온갖 향과 색이 들어간다. 커피 향이 난다고 커피가 들어간 것이 아니고, 과일 맛은 향과 색을 첨가해 온전히 맛을 낸다. 실제는 아니지만, 실제처럼 만들어내는 온갖 합성향료과 첨가물에 놀란다. 과자 한 봉지를 끝내고 나니 흐릿하게 있던 기억을 더듬는다. 블루베리 향. 맑게 하기 위해 검색을 하니 기사 하나가 나온다.
"블루베리 껌 향기는 연구원이 상상해 만든 것."
기사를 요약하면 이렇다. 블루베리 껌을 개발할 때, 블루베리 향이 없어서 고민하다, 어떤 향일까 상상하며 만든 향이라 한다. 그 일이 1982년에 있었던 일이니, 지금까지 모두들 블루베리 껌향을 블루베리 향이라 생각하며 지난 것이다. 기억을 짚어보니, 생 블루베리를 먹을 때 향이 떠오르지 않았다. 익숙한 블루베리 껌 향은 실존하지 않는 블루베리 향을 창작해 놓은 결과다.
블루베리라는 이름을 건 모든 식품은 최초의 블루베리 껌향을 기준 삼아 만들어지고, 이제는 모든 이들에게 그 향이 곧 블루베리 향이라고 새겨진 결과라고 한다. 놀랍다. 검색을 끝내고 과자 봉지를 정리한 뒤 손을 닦았다. 창작된 향과 맛. 실제와 창작된 향과 맛이 은은하게 내게 퍼지더니, 생각으로 자라나더니, 기억을 불러 세웠다.
대학원 시절 실적이 곧 행복이라 생각했다. 아침 7시에 나와 기약 없는 퇴근시간까지 연구하고 논문 읽고, 논문을 썼다. 힘이 들 때면 마음을 태웠고, 몸을 불쏘시개로 썼다. 몸 조각이 사그라지고, 마음 조각도 얼마 남지 않은 순간. 다행히 성과로 돌아왔다. 논문으로 날 칭찬했고, 상이 나를 추켜 세워줬다. 맞다고 생각했다. 아니, 믿었다. 실적에 도달한 그곳에는 행복이라는 녀석은 없었다. 아직 충분히 성과를 내지 못했다 믿으며 의심하는 마음을 꾹 눌렀다.
학위를 받고, 직장에 갔다. 이제야 말로 성과를 내면 돌려받으며 행복을 찾으리라 믿었다. 마음과 몸을 차근차근 태워갔다. 써낸 보고서는 우수 보고서가 되었고, 작성한 특허는 등록이 되었다. 성과를 이뤘다. 기뻤지만, 그곳에는 행복이 없었다. 그리고 멈췄다. 스스로에게 안식년을 주고 모두 타버린 몸과 마음을 챙겨 들고 나왔다.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이 태워 버린 재에서 나를 다시 붙여냈고, 보지 못한 나를 알게 되는 순간이 되었다. 한참을 쓰다 알았다. 내게 알고 있던 실적이 곧 행복이라는 공식은 블루베리 껌 향기처럼 상상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난 생 블루베리인 생 행복을 알지 못했다는 사실을.
가끔 혼동한다. 누군가 상상으로 만든 향과 맛이 진짜로 여긴다. 여럽사리 도착한 그곳에는 실체 없는 상상만 놓여있다. 내가 아닌 누군가 첨가한 향과 맛은 진짜를 잊게 한다. 없다 생각한 그곳에 도착하지 못하면, 아직 내가 다가가지 못했다고 나를 때렸다. 때로는 원망할 대상을 찾기도 한다. 소용없는 일이다.
글을 쓰고 나니, 배가 고프다. 마음과 몸 건강을 위해 무엇을 먹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