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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Jun 19. 2023

해결 삼대장 백종원은 격투가다.

격투가가 되고 싶은 검투사

해결 삼대장 백종원은 격투가다.


  우리 곁에는 문제가 등장한다. 해결 방법은 쉬이 보이지 않는다. 스스로 해결하려 노력하지만, 잘못된 방법으로 문제는 심각해지고 곪아 터지기 일쑤다. 그럼 우리는 전문가가 있길 바란다. 하지만, 쉬이 찾아가기 어렵다. 몸도 마음도 모두 지쳤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해결 삼대장이 있다. 오은영, 강형욱, 백종원. 오은영 선생님은 아동 문제 해결 대장, 강형욱 선생님은 강아지 문제 해결 대장, 백종원은 식당 문제 해결 대장이다. 이들이 등장하면 문제는 눈 녹듯 사그라지고, 없어진다.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문제의 원인을 찾고 해결해 나간다.


  삼대장 중 자주 찾아보는 분은 바로 백종원 선생님. 동생이 카페를 해서일까? 유독 관심이 간다. 그가 나온 예능은 거의 다 섭렵했다. 최근에 나온 <장사천재 백사장>이 참 인상적이다. 그는 아무런 연고 없는 외국에 떨어진다. 장소만 제공받고 준비가 하나 없다. 메뉴 선정, 인력 배치, 시장 조사... 모든 일을 새로 해야 한다.


  백종원은 당황하지 않는다. 손님이 없는 순간에도, 손님이 무척 많이 밀어닥치는 상황에서도 침착하다. 손님이 없을 때는 손님을 끌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영상을 찍고, 천막을 친다. 손님이 많을 때에는 막히지 않게 지휘한다. 그를 보고 있으니, 맨몸으로 싸우는 격투가처럼 보인다. 주먹만 쥐면 언제든 싸울 수 있는 격투가.


  격투가 반대편에는 누가 있을까? 검투사가 아닐까? 검투사는 장비를 차고 무기를 든다. 위기에도 무기와 장비가 있으니 잘 이겨내리라.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위험이 닥치면 극복하지 못한다. 그들에게는 갑옷이 있어야 하고, 무기를 쥐어야 하기 때문이다. 장소가 바뀌고, 조건이 바뀌면 위기를 유연하게 극복하지 못한다.


  반면 격투가는 아무런 장비가 필요하지 않다. 무기를 드는 시간은 손을 오므리기만 하면 되고, 갑옷을 차지 않고 피하며 살아남으리라. 백종원 선생님이 딱 격투가처럼 보였다. 명성이라는 갑옷을 떼어내고, 요리 장비라는 무기를 내려놓고 싸운다. 그는 맨몸의 격투가다.


  난 오랜 기간 공부를 했다. 운이 좋아, 존경할 선생님을 만나 배웠다. 그분의 그늘 아래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 환경공학 분야에서 활동을 할 수 있었다. 거기다, 조금의 성과도 낼 수 있었다. 직장을 갈 때도, 내가 가진 무기와 갑옷을 차고 다녔다. 박사 학위라는 무기와, 논문이라는 갑옷을 차고 다녔다. 가끔은 불안했다. 무기를 쥐지 못하는 순간에 온전한 능력으로 내가 극복할 수 있을까?


  10년의 공부와 2년의 직장 생활을 하며 힘든 나를 위해 안식년을 주고 난 뒤, 갑옷도 내려두고 무기도 창고에 넣어두었다. 맨몸이 되어 세상을 잠시 걸어 다니니, 무서웠다. 난 격투가가 아니고 무기 없는 검투사이니까. 글을 쓰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주먹을 꼭 쥐며, 문제와 싸웠다. 어려움도 두려움도 여전하다.


  맨몸의 격투가는 자신감이 넘친다. 아무런 장비 없이, 오직 자신만 있으면 된다. 가만히 생각을 돌려보니, 오은영 선생님도 아무런 장비가 필요 없는 격투가이고, 강형욱 선생님도 아무런 장비가 필요 없는 격투가이다. 오직 자신만 있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세상 어디에 떨어져도 있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난 무기를 내려놓고, 갑옷을 벗은 검투사다. 두려움에 잠식되지 않고 오직 실력이라는 주먹을 쓰는 용기를 내고 있다. 실패할 수 도 있지만, 주먹만 쥐는 격투가가 되고 싶다. 오직 실력이라는 마르지 않는 자신감에 의지하는 격투가. 난 격투가가 되고 싶은 검투사. 주말 점심시간. 놓쳤던 백종원 선생님의 영상을 찾아본다. 그가 전장에서 맨손으로 싸우는 모습을 마음에 담아 둔다.



사진 출처: 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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