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서향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arry Garden May 27. 2023

밭에서 돌을 골라내는 일: 오탈자 골라내기.

원고에 고칠 부분이 참 많더군요.

밭에서 돌을 골라내는 일: 오탈자 골라내기.


원고를 고치기 시작했다. 하루에 얼마큼 읽어 내려가고 고치겠다는 마음을 정하고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모니터로 보던 일과 종이로 본 글은 다르다. 오타가 있고, 탈자가 있으며, 어색한 문장이 가득했다. 지금껏 브런치 스토리로 읽어주신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커졌다.


읽어 갈수록 고치고 싶은 문장이 많았다. 밭을 일구는 농부가 된 기분이다. 한 걸음 떨어져 보니, 꽤 정돈돼 있는 밭처럼 보였다. 하지만, 호미를 들고 한 꺼풀 벗겨내니 돌이 참 많다. 다 골랐다고 생각하고 뻐근한 허리를 펴고 나서 쉬었다. 다시 호미를 들어 보니, 여전히 많은 돌이 여전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고쳐도 고쳐도 끝이 없었다. 내 글이지만, 계속 읽다 보니 읽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인쇄가 되고 나면, 세상으로 나가고 나면 더 이상 손을 댈 수 없다는 두려움이 나를 밀어냈다. 여자 친구에게도 부탁했다. 한 번 봐달라고, 내가 충분히 봤다고 생각했지만, 여자친구는 예리한 눈으로 돌을 찾아냈다.


그땐 절망했다. 시간이 촉박해 더 이상 할 수 없었다. 다섯 번까지 세다 얼마나 봤는지도 까먹었다. 대표님에게 우려를 담은 메일과 원고를 넘겼다. 대표님은 자신도 볼 것이라고 하시며 걱정을 가져가셨다. 마지막 최종본을 넘기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번 확인하라며 메일을 보내왔다.


거기서도 보였다. 이제는 오탈자라기보다는 문장을 매끈하게 하고 싶은 욕망으로 고쳤다. 또 고쳤다. 불안한 마음으로 마지막 원고를 넘겼다.  원고에 고칠 부분이 참 많았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많았다. 이제는 끝났다. 또 있을까? 없기만을 기도해 본다.


원고수정 현실편


원고에 고칠 부분이 참 많더군요.


불안해하는 내 모습을 보며, 가까운 이들과 대표님 모두는 괜찮다고 했다. 충분히 봤다고, 인간이 하는 일이라 잘못된 점은 있을 수 있다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했다. 이제는 조만간 원고가 인쇄소에 넘어갈 것이다. 생각나는 문장이 하나 있다. "책과 글은 세상에 내놓고 나면 살아있는 생물이 되어 독자들에게 해석된다." 내가 내어놓은 책은 어떤 삶을 살아갈까?


마음을 번다하게 했던 생각을 거두고 고요히 앉아 있다. 조금의 잘못이 있을 수도, 조금의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대표님도 내 원고를 본 이들은 고개를 젓을 것이다). 미리 죄송하다는 말씀을 남겨본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주시길 간절히 바라본다. 실패는 경험을 준다는 믿음을 단단히 하며, 책을 기다려 본다.


원고수정 이상 편



한 줄 요약: 오탈자를 골라내는 일은 참 어렵습니다. 





덧붙임 1.

텀블벅이 오늘로 끝납니다. 물론 인터넷 서점과 커피문고에서 책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덧붙임 2.

저는 원고수정이 이상적인 모습으로만 되진 않더라고요. 


덧붙임 3.

지금까지 응원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올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성스러운 장소에 가끔 가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