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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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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Jun 04. 2023

그녀가 늦은 밤 분리수거를 하는 이유.

살아내야지, 또.

그녀가 늦은 밤 분리수거를 하는 이유.


일요일 늦은 밤. 여자친구는 분리수거를 한다. 통화를 하며 함께한다. 밤이 주는 어둑한 무서움도 있고, 흉흉한 세상이 주는 두려움도 있어서다. 혼자 지내도 쓰레기가 참 많이 나온다 한다. 좁다란 그녀의 공간에 쓰레기가 차곡차곡 쌓이니,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비우기를 요구한다.


한 주가 끝나는 일요일. 다른 한 주가 시작되는 그 밤에 움직이는 일은 쉽지 않다. 남은 휴식을 조금이라도 즐기기 위해 침대에 누워있고, 멍하니 재미있는 영상으로 월요일 출근을 잊기도 한다. 엄마 남지 않은 휴식을 즐길 수도 있으나, 그녀는 어김없이 일요일 밤이 되면 분리수거를 하러 간다. 


그녀에게 전화가 왔다. 따스한 이불을 걷어내고, 포근한 집에서 벗어난다. 집을 채우고 있던 쓰레기를 한 아름 안고 지하로 분리수거를 하러 간다. 전화를 하며 함께 분리수거를 함께했다.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플라스틱, 캔, 유리, 종이, 비닐을 알맞은 봉투에다 넣고 분리를 끝낸다. 


그날도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고, 분리수거를 함께 했다. 궁금했다. 한주의 끝, 휴식을 더 할 수 있는 그 순간 왜 분리수거를 하러 가는 것일까? 곰곰 생각을 하다, 물어봤다. 그녀의 답은 꽤나 짧았다.


"살아내야지 또."


살아내야지, 또.


시간의 구분은 인간이 지어 놓았다. 시간은 구분 없이 연속으로 흘러가지만, 우린 하루, 한 달, 일 년이라는 단위로 구분 지어놓았다. 그러기에 종교에 따라, 지역에 따라 약간은 다른 달력이 있기도 하다. 단기, 불기, 서력, 이슬람력 태양력, 태음력.. 구분 지어놓은 날에 맞춰 살아간다. 내 마음 리듬과는 무관한 구분을 따라가다 보면 벅찬 날이 있다. 일요일이라는 짧은 휴식이 아쉽고, 월요일이라는 출근이 마음을 힘들게 한다. 


새로운 한 주의 기대보다는 다시 일해야 하는 걱정에 마음이 눕게 된다. 내 몸과 마음의 리듬은 없어진 지 오래다. 누워있는 마음은 기분을 데리고 아래로 쳐진다. 예전 개그콘서트 (지금은 없어져 모르는 사람이 많겠지만)의 엔딩 노래를 들으며 답답한 마음이 떠올랐다. 


처짐을 극복하고자 그녀는 일어서서 분리수거를 한 것이 아닐까? 누워있던 마음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 분리수거를 하는 그녀. 한껏 깨끗해진 자신의 공간을 보며, 다가오는 우뚝 서있는 마음으로 새로운 한 주를 만나는 그녀. 


우린 자주 마음의 리듬을 잃어버린다. 세상 시간 리듬을 쫓아가다 힘들어 마음은 눕게 된다. 그 마음을 분리수거를 하며 일으켜 세우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그들에게 짧은 문장을 드리고 싶다. 


'살아내야지, 또.'



한 줄 요약: 삶을 살아냅니다,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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