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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May 31. 2023

친구가 점차 줄어드는 이유.

세상과 시간이 만들어내는 격차.

친구가 점차 줄어드는 이유.


친구가 많지 않다. 15명 남짓. 고향 친구, 대학 친구, 대학원 친구가 전부다. 다만, 그들과는 자주 만난다. 모임을 만들기까지 했다. 우리는 각자 인생에 중요한 순간에 기꺼이 나타난다. 결혼 시작을 함께 하기도 하고, 아이를 낳은 순간을 곁에 있으며 기록하기도 한다. 


최근에 친구 중 한 명이 결혼을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얼마전 상견례 이야기에 먼저 결혼한 친구들의 상세한 팁이 오가더니, 이제는 날짜를 잡았다고 한다. 청첩장을 직접 주겠노라고, 한 번 모이자 한다. 다른 친구는 최근에 직장을 옮겼다. 이전에 다니던 직장의 불합리함을 피해 온 그곳이 어떤가 궁금했다. 다행히, 조직 문화도 분위기도 좋다고 한다. 거기다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곳이라 다행이다. 적지만, 소중한 친구들이다. 이들과는 평생을 함께하며, 그들의 중요한 순간에 나타나는 등장인물이 되고 싶다. 


내게는 더 많은 친구들이 있었다. 점차 줄어들다가 지금 숫자에 도착했다. 이제 사회로 나와있으니, 친구가 늘어나리라는 기대는 급격하게 줄어든다. 지금 있는 친구들과 오래가길 바랄 뿐이다.


언제부터 줄어든 것일까? 그리고 왜 줄어든 것일까? 그리고 지금 이들과는 어떻게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답이 있을까 싶다. 그래도 고민을 해본다. 생각 정원에 사유를 심어 두고, 물을 주며 그 앞에 앉았다. 


세상과 시간이 만들어내는 격차.

 

내 마음에서 흐릿해지다 사라진 친구들이 떠올랐다. 그들과 나는 왜 헤어진 것일까? 곰곰 생각해보니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싸운 것도 아니고, 마음이 불편한 것도 아니다. 단지, 흐려지며 사라졌다. 생각 정원을 둘러보니, 옛 친구들 이름이 붙어 있는 나무가 밑동만 남아있다. 꽤나 많은 그루터기가 있다. 고향 친구들이 참 많다.


관계 나무는 자라다 말았다. 내가 물 주기를 소홀히 한 면도 있고, 비료를 주는 일을 깜빡한 탓도 있다. 더 큰 이유를 보니, 세상과 시간이 그들와 내 틈을 벌린 탓도 있다. 고향이라는 공간을 공유하고, 고등학교라는 시절은 나눈 친구들이 각자 길을 떠난다. 같은 점에서 시작했지만, 참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 나간다.


10년도 안 되는 시간을 바쁘게 살아내고 뒤를 돌아보니, 같은 점에서 출발한 이들이 보이지도 않는다. 격차. 그들이 사는 세상과 내가 사는 세상이 달라졌다. 서있는 곳이 다르니, 생각하는 것도 보는 것도 무척 달라졌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차이는 점차 벌어진다.


소리를 질러도 이제는 들을 수 없는 곳까지 가있다. 관계 나무는 커가다 시들었다. 흉흉해진 정원을 정리하며 나무를 베고는 추억이라는 그루터기만 남겨두었다. 그렇게 이제는 기억에만 남았다. 이제는 이름도 희미해져 잊혀진다.


물론 또 다른 이유가 있으리라. 이유를 고치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죽은 나무를 살리고 싶지도 않다. 다만, 아쉽다. 내 탓도있고, 내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도 있었다. 다만, 몇가지 이유가 지금 남은 소중한 친구들마져 흐릿하게 할까 두렵다. 격차가 커지지 않게, 크더라도, 관계 나무가 든든하길 바란다. 두꺼워진 나무가 그들과 나를 튼튼하게 연결해주길 바랄 뿐이다.


지금 마음에 있는 나무에 물을 주기 위해 전화를 건다. 비료를 주기 위해 약속을 잡아 본다.



한 줄 요약: 시작점은 같으나 세상과 시간이 차이를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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