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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Jul 15. 2023

매년 모여 보드게임을 하는 이유.

기꺼이 그들의 조연이 되려고 합니다.

매년 모여 보드게임을 하는 이유.


  대학교 친구 모임이 있다. 최근 2 년 동안 모이지 못하다, 최근에 약속을 잡았다. 7명의 친구들의 모든 시간을 맞추는 일은 쉽지 않다. 기다린 시간이 아쉬워 맞는 시간을 겨우 찾았다. 다시 넘어야 할 언덕이 보였다. 극 성수기에 시간에 장소 잡는 일도 쉽지 않았다. 힘들게 만나 하는 일은 같다. 우리의 모임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장을 본다. 먼저 오는 친구들이 한다. 시간 여유가 있는 이들의 입맛에 맞는 고기, 과자들이 선택된다. 늦게 온 친구들은 억울해하거나, 분노하지 않는다. 먹고 싶은 것이 있는 이들은 기를 쓰고 먼저 온다. 두 손 무겁게 들고는 펜션으로 속속히 모인다. 같은 자세다. 비스듬히 누워 텔레비전을 보거나 휴대폰을 하고 있다.


  한 명씩 올 때, 마다 지난 일 년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다 보면 저녁을 먹을 시간. 바비큐를 시작한다. 주린배가 차고 나면 우리는 다들 2차(?) 전을 하러 펜션 안으로 들어간다. 바로 보드게임이다. 참 다양한 보드게임이 있지만, 우리가 가장 많이 하는 건, 바로 <뱅>이다.


  배경은 서부시대. 자신의 실체를 숨긴다. 보안관, 보안관 부관, 무법자, 배신자. 각자 맡은 일이 있다. 보안관은 무법자와 배신자를 모두 죽이면 승리. 부관은 보안관이 승리가 곧 자신의 승리다. 무법자는 보안관과 부관을 모두 죽이면 승리. 배신자는 모두를 죽여야 승리할 수 있다. 


  게임이 펼쳐지면 우린 모두 각자의 역할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한다. 보통 주인공은 보안관이다. 그의 한마디에 다음 목숨이 날아갈 수 있으니. 부관은 자신이 보안관을 도울 유일한 사람이라고 하며, 배신자는 모두를 의심하게 한 뒤 조용히 장막 뒤에 숨는다. 무법자는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있다 일거에 부관과 보안관을 노린다. 간단한 게임이지만, 매년 재미있다.


  '우리 삶의 주인공은 나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주인공만 있으면, 그 연극은 진행될까? 아마 시끄러운 소리만 나고 말 것이다. 이야기 전개는 되지 않고, 때로는 연극이 산으로 갈 수도 있다. 모두 각자의 역할을 해야만 연극이 잘 돌아간다. 우린 우리의 삶의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다른 연극의 조연이기도 하다. 가끔은 짧은 역할을 맡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그들의 결혼식에서는 조연으로 그들을 돕기도 하고, 결혼식 장에서는 박수는 치는 단역이 되기도 한다. 그들이 취업을 하고, 새로운 장에 들어가는 순간에는 조언을 하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힘든 순간에는 마음만은 슈퍼히어로가 되어 그들의 마음을 지켜주기도 한다. 


  때로는 전쟁 영화처럼, 그들의 마음이 표류하고 있을 때, 라이언 일병을 구하는 중대장의 마음으로 그들을 구출하러 가기도 한다. 어떤 날은 로드무비를 찍는 버디가 되어 시트콤이 된다. 내가 그들의 조연이고 히어로이고 단역이지만. 그들도 나에게 조연이도 히어로이며 단역이 되기도 한다.  매년 우리는 모여 보드게임을 한다.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조연이 되기도 하며. 기꺼이 그들의 삶에도 난 조연이 되고, 단역이 되리라. 그들도 나를 위해 기꺼이 그 역할을 수행해 줄 테니.


  모임 날이 다가온다. 이번에는 내가 새로운 보드게임을 준비한다. <서스펙트 게임>. 이날만을 위해 잘 보관해 둔, 보드게임을 보며 난 그들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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