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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Jul 24. 2023

20년 전 묻어놓은 타임캡슐을 개봉합니다.

마음의 타임캡슐

20년 전 묻어놓은 타임캡슐을 개봉합니다.


  2000년대 초반에 유행이 있었다. 바로 타임캡슐. 그 순간에 소중했던 기억, 미래의 나에게 전하는 편지, 언젠가 고가의 상품이 되리라는 얼토당토 아닌 생각까지 담아 미래로 보낸 타임머신이 바로 타임캡슐이다. 20년~30년 뒤에 연다는 말에 그때 내 나이를 세어보다가 만다.


  "그날이 오긴 와? 서른 살이라고? 말도 안 된다."


  기억은 기억으로 덮고, 살아남은 몇 개의 조각이 추억으로 남았다. 나에게는 타임캡슐은 살아남지 못한 기억인가 보다. 켜켜이 쌓인 기억의 존재를 알리는 뉴스가 하나 있다. 


  주인공은 머리가 새하얀 은퇴한 교장선생님. 20년 전에 묻어둔 타임캡슐을 개봉하겠다고, 잊지 않은 많은 친구들이 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다. 보자마자 마음이 뭉클했다. 모두들 만나 지난 추억을 나눴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셨다. 이야기 끄트머리에는 쓸쓸하게 모두 잊고 오지 않으면 어쩌나 라는 걱정이 담겨있었다. 걱정이 행동을 밀어낸 것일까? 전단지까지 만들어 나눠주셨다고 한다. 


  SNS의 위력은 생각보다 강하다. 알음알음 퍼져나갔나 보다. 시간을 다가왔고, 초등학교에서 타임캡슐 개봉식이 있었다. 뒷 이야기를 들어보니, 타임캡슐을 파기 위해 사람을 고용하는 일도, 포클레인을 예약하는 비용도, 학교와 조율하는 일도 모두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거기다, 전날까지 아무도 오지 않으면 어쩌나 라는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하셨다고 한다.


  기사 하나가 마음속 켜켜이 쌓여 잊고 있던 타임캡슐 기억을 꺼내놓았다. 먼지도 털고 흙도 뗴어내고 보니, 안에는 온갖 마음이 담겨 있다. 기억을 더듬어 나에게 쓴 편지를 꺼내볼까? 난 아마 이런 글을 쓰고 있지 않았을까?



20년 뒤의 나에게.


  안녕. 아니 안녕하세요,라고 해야 하나? 지금 네 나이는 30대 중반이겠구나? 오늘 학교에서는 타임캡슐이라는 걸 한다고 해. 물건을 넣어도 좋고, 편지를 넣어도 좋다고 하더라고. 고민하다가 편지를 써. 사실 물건 가져오는 일을 깜빡했거든.


  넌 뭘 하고 있니? 공부를 하고 있니? 아니다, 이제 세어보니, 그때는 한 단락의 공부는 끝나고 직장에 다니고 있겠구나? 혹시 아닐 수도 있고. 뭐든 열심히는 하고 있지? 그러길 바란다. 아니 바랍니다. 너는 나이니까, 말을 편하게 하자. 음, 지금 난 열심히 하고 있지 않거든. 그냥 친구들이랑 웃으며 놀고 있어. 20년 뒤라는 아득한 시간은 생각도 안 하고 있어. 


  아! 맞아, 너 수도권에 살고 있어? 하나 하고 싶은 건 도시에서 사는 거야. 알다시피 시골이 할 일도 없고 지겹기도 하거든. 결정적으로 한 다리 건너 다 아는 사이니까, 불편한 게 이만 저만 아니거든. 길에 가다가 인사하기 바쁘니까 불편하기 짝이 없어. 


  횡설수설한다 그지? 아! 넣을 시간이 다 되었나 봐. 친구들이 부른다. 혹시나 20년 뒤에 이걸 꺼내본다면, 넌 무슨 생각을 할까? 넌 생각도 마음도 많이 커졌겠지? 우리 그때 보자. 편지라는 도구로 말이야. 그럼 안녕.


20년 전의 내가.



  편지를 접고 추억이라는 상자에 곱게 넣어둔다. 한참을 마음 정원에 앉아 있다 삽을 들어 다음 20년 뒤의 나에게 보낼 타임캡슐을 넣을 땅을 판다. 이번에는 어떤 물건을 미래로 보내볼까? 잊고 있던 내 마음이 20년 뒤의 나에게 힘이 되는 것이 될까?


  마음 캡슐이 20년 뒤의 나를 기다린다.



타임캡슐 (출처: (좌) 연합뉴스, (중) 경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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