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시간을 저장하는 방법.
가끔 컴퓨터 게임을 한다. 나쁜 녀석들을 시원하게 물리치는 게임을 하기도 하고, 스포츠 세계를 평정하는 슈퍼 스타가 되고도 한다. 가끔은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 속에 앉아있기도 하고, 때로는 생각을 깊게 하고 결정을 해야 하는 대장이 되기도 한다.
게임은 참 흥미롭다. 세상에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펼쳐가는 이들이 많다. 게임은 길게 하지 못한다. 한 번에 게임의 끝으로 가지 못하고 멈춘다. 다음을 기약하고 저장 버튼을 누른다. 다음 게임을 할 때, 바로 멈춘 지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악당의 무리를 쫓아내고, 스포츠 신기록을 경신 난 뒤, 컴퓨터를 끄고 나니 저장이 마음에 떠돌아다녔다. 소란스럽게 하는 저장을 잡아두고 나니, 시간과 연결되더니 글감이 왔다며 글을 쓰라고 한다. 제목을 적어두고, 생각을 기록한 뒤 서랍을 닫으니 고요해졌다.
게임처럼 우리는 시간을 저장할 수 없을까? 순간을 저장하고, 언제나 꺼내 볼 수 있는 저장 기능. 곰곰 생각하니, 시간을 저장하는 방법이 여럿 떠오른다. 영상으로 기록하고, 유튜브에 저장할 수 있다. 음성으로 저장하고 팟캐스트에 올려 나눌 수도 있다. 때로는 글로 적고 순간을 저장한 뒤, SNS를 통해 알릴 수도 있다.
지난 글들이 나무처럼 자라난 브런치 정원을 산책할 때가 잦다. 브런치 북을 만들까 생각 때문이기도 하고, 예전에 써놓은 글에서 새로운 글감을 얻고 싶기도 하다. 걷다 보면, 지난 내가 보인다. 그 속에서 멈춰있는 나를 찾고, 다시 시작하면 영감을 주고 또 다른 글로 연결되기도 한다. 게임의 저장을 불러와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지금까지 글쓰기로 나를 기록하고 있다. 시간을 저장해 둔다. 어떤 글을 세월을 박제하고 움직이지 못하는 글이 있는 가 하면, 어떤 글을 살아있다. 내가 오길 기다렸다는 듯 살아 움직인다. 예전 글을 보며, 다시 시작하는 기회가 되고, 잊고 있던 내가 떠올라 지금의 내가 움직이기도 한다.
기록하지 않으면 마치 없던 일이 되기도 한다. 기록하고 쓰는 일이 곧 나를 말하는 일이고 순간의 나를 저장하는 일이다. 거기다, 발행하고 세상에 내어 놓은 글은 나만 보는 글이 아니게 된다. 많은 이들이 잊고 있던 순간을 열어주는 시작이 되기도 하고, 그들이 잊고 있던 저장 지점을 알려주는 일이 되기도 한다.
서랍에 있던 제목을 꺼내, 글을 적어낸다. 순간 내 저장 포인트를 켜고는 다시 시작한다. 이야기가 펼쳐지고, 지금 이 순간을 저장해 둔다.
글을 하나 적어뒀다. 스스로에게 상을 준다며, 게임을 켜본다. 지난번에 멈추었던 순간에서 다시 시작한다. 오늘은 슈퍼히어로가 되어 나쁜 악당들을 물리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