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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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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Jul 09. 2023

고수 드시나요?

딱 맞는 관계가 있다. 

고수 드시나요?


  광화문에 자리 잡은 덕후선생이라는 중식당에 갔다. 어렵게 예약한 식당에는 줄을 서있다. 기대가 커졌다. 선택한 요리는 사천식 바지락 볶음, 동파육, 계란 초반이었다. 밥을 기다리며, 이야기를 나누니 뒤에서 음식이 왔다. 처음 나은 음식은 사천식 바지락 볶음. 멈칫했다. 고수다.


  호불호가 확실한 음식이 있다. 떠오른 음식을 몇 개 나열해 볼까? 파인애플피자. 민트초코, 삭힌 홍어회, 오이, 굴, 추어탕, 양고기. 이들은 향이 강하거나, 식감이 특별한 음식이다. 파인애플피자는 따뜻한 과일을 싫어하는 이들이 있어 호불호가 갈리고, 민트 초코는 치약 맛이 난다며 피한다. 삭힌 홍어회는 강한 향이 코를 때리니 참 많은 분들이 먹지 않는다. 오이는 향이, 굴은 식감이 불호를 양산한다. 양고기는 특별한 향이 식감마저 가린다.


  난 가리는 음식이 참 많았다. 과거형이다. 파인애플피자는 따스한 파인애플이 주는 달콤한 맛을 알았고, 민트초코는 달달하고 입을 시원하게 하는 맛을 알게 되었다. 삭힌 홍어회는 씹다 보면 고소한 맛이 있음을 알게 했고, 오이향 뒤에 있는 상큼한 맛을 알게 되었다. 굴은 식감 뒤에 있던 바다향을 느낄 수 있었고, 양고기에 있는 고소하고 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넘지 못한 음식이 있으니 바로 고수다.


덕후선생에서


  고수는 세제 맛이 난다. 먹어보진 않았지만, 퐁퐁 맛이다. 고수를 걷어내고 바지락을 하나씩 먹었다. 알싸한 마라향과 쫄깃한 바지락의 식감을 즐겼다. 곧, 동파육이 고수와 함께 나왔다. 고소하고 짭짤한 먹으며 녹는다는 표현을 느끼고 있었다. 여자친구는 장난기 흐르는 말을 건넨다.


  "다 큰 어른이 편식하면 못써."


  내 앞접시에 고수를 두고 한번 먹어보라 응원한다. 도전해 본다. 눈을 질끈 감고 바지락과 한입. 매콤하고 얼얼한 맛이 고수와 섞이니, 새로운 맛이 되었다. 맛이 무척 부드러워졌다. 용기를 내어 느끼해진 동파육과 고수를 먹으니, 처음부터 먹는 상쾌함이 된다. 


  서로 딱 맞는 맛이 있다. 

  

  사람에게도 호불호가 있다. 같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참 좋아하는데, 반대로 어떤 사람은 참 싫어하는 관계가 있다. 가까이 있으면 싸움이 나는 관계. 옆에 있는 일 만으로도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관계. 


  고수를 보니, 떠오른 이가 몇 명 있다. 난 선이 명확한 사람이었다. 선을 그어놓고 기다린다. 이 선을 넘지 말라고 으르렁 거렸다. 선을 넘는 이가 있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나를 지키는 일이라 생각했고, 그들의 이상한 점을 요목 조목 따지며 나를 정당화했다. 내 곁에는 친한 친구도 있었지만, 이런 날 싫어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었으리라. 고수를 보니 자그마한 생각이 번쩍였다.


  단지, 그들은 나와 조금은 다른 친구였을 뿐인데, 난 그들이 잘못되었다고 말한 나날이 후회로 밀려왔다 나간다. 또, 그들과 맞추는 노력은 했나 싶다. 물론 모든 이들과 잘 지내는 일은 어려운 일, 아니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시도 조차 하지 않는 순간이 떠오른다. 고수를 먹는 시도도 하지 않는 내가 보였다.


  또 기회가 있으리라, 나와 다른 이를 만나는 순간은 곧 오리라. 고수를 다 먹었다. 지나가는 직원에게 말해야겠다.


  "고수 추가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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