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다 보면 받기도 합니다.
어머니께서 "너 잘 살고 있구나?" 한 이유.
최근 책 출간을 했다. 읽어주시는 분, 응원해 주시는 분, 묵묵히 지켜봐 준 가까운 이들, 열정이 가득한 출판사 대표님 까지. 많은 분들 덕분에 책이 세상으로 나왔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만나 볼 수 있게 되었다. 후원으로 책을 만난 분들도 있고, 책을 구매하여 만난 분들도 있다. 책을 샀다고 알리는 분들의 인증을 받으면 참 감사하다. 거기다, 감상을 남기시겠다는 말을 하시는 분들은 더 큰 마음으로 고맙다.
방탈출 모임이 있던 날이다. 이번에는 홍대 비트포비아 3호점의 "이미지 세탁소"라는 테마다. 화창한 날씨, 막히지 않은 도로. 예정된 시간보다 이르게 도착했다. 더운 날이지만, 시원한 음료로 몸과 마음의 온도를 낮추고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음료가 바닥을 보이고 지루할 때쯤, 친구들이 왔다.
어색한 웃음이 낯선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케이크를 준비했다며 꺼냈다. 내 프로필 사진이 들어간 케이크. 생일과 출간을 축하했다. 웃음기 가득한 모습으로 다이소에서 사 온 조악한 귀걸이, 목걸이, 반지, 티아라까지 꼭 해야 생일 분위기가 난다며 손에 쥐어줬다.
간단한 의식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서로가 지낸 일을 나누고, 곧 하게 될 방탈출에 대하여도 이야기를 나눴다. 좋은 사람과 시간을 보낸다는 건,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는 다른 말처럼 느껴졌다. 재미있는 방탈출, 맛있는 저녁이 하루를 알차게 보냈다. 헤어지는 순간, 친구가 선물을 건넸다. 그동안 데려다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받기만한 하루가 끝났다.
케이크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만을 위해 만들어진 케이크를 자랑하고 싶어 꺼내어 부모님과 동생에게 보여줬다. 보자마자 어머니는 마음을 뜨겁게 하는 한 마디를 던지셨다.
"너 잘 살고 있구나!"
어머니가 남기신 말이 마음에 남았다. 무엇이 잘 산다는 것일까? 곰곰 생각하다 마음을 정리해 봤다. 어머니는 무엇을 보신 걸까? 친구들은 어떤 마음으로 케이크를 준비하고, 옷을 산 것일까? 내가 그들을 위해 준비한 조그마한 마음이 떠올랐다.
난 참 많은 걸 받는다. 운이 참 좋아, 마음이 따스한 친구들이 곁에 많다. 그들은 나에게 응원이라는 마음을 서슴없이 내어주고, 마음을 실체로 만들어 나에게 선물을 주기도 한다. 최근 책 출간을 하며 더 크게 느꼈다. 책을 후원해 줬다. 거기다, 소중한 쉬는 시간을 내어 오프라인 매장에서 책을 찾아 인증 사진을 찍기도 하고,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고 나에게 알렸다.
받기만 한 요즘 나를 돌아보니, 난 주는 일에 참 인색했다. 주는 일을 열심히 한 날이 있다. 시간을 내어 친구들에게 갔고, 돈을 들였다. 하지만, 돌려받는 일이 거의 없다. 받고자 한 일이 아니라고 다독이며 지나갔다. 마음의 문을 닫게 하는 건, 마음을 내어 주고 나서 욕을 먹는 경우 때문이다. 주지 않으면 손해 보는 일도 없다는 생각에 주는 일에 인색해졌다. 마음의 문이 꽉 닫힌 건 아닌 모양이다. 자그마한 틈으로 친구들에게 준 마음을 그들은 기억한 모양이다. 사람으로 닫혀 있던 마음이 그들 덕분에 조금은 열어질까? 목적 없는 베풂. 받고 기억해 다시 돌려주는 친구들.
내가 잘 살고 있다는 건, 무언가를 잔뜩 받아 왔기 때문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주고 있음, 그 마음을 받아 돌려주고 있는 친구들이 있음을, 어머니는 보신건 아닐까? 잘 사는 일은 멋진 차를 타는 일도, 좋은 집에 사는 일도, 승진을 하는 일도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는 친구들을 뜻하는 건 아니었을까?
자르기 아까운 케이크를 먹기 위해 조금씩 잘라 나눴다. 친구들에게 연락해야겠다. 엄청 맛있다고 말해야겠다. 아! 얼마 뒤 친구의 생일이다. 받은 마음을 더 크게 돌려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