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찾는 두 번째 출근.
N번째 출근하는 사람이 있다?
여자친구는 직장인이다. 9시 출근 6시 퇴근. 주 5일 동안 일을 한다. 능력에 비례해하는 일이 많아진다고 할까? 그녀가 하는 일은 참 많다. 그녀가 일하는 회사는 물 처리를 하고 있다. 가장 주된 일은 측정과 분석이다. 현장에서 수질 분석을 한다. 유기물질은 얼마나 있는지, 오염 물질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한다. 현장이 열악하니 정확한 값이 나오는지 교차 검증이 필요하다. 회사에서 다시 분석하는데, 바로 그녀의 일이다. 품질 검증을 한다고 할 수 있을까? 정확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니, 집중을 해야 한다.
또 다른 업무로는 현장을 모사한 작은 실험을 하는 일이다. 폐수마다 알 수 없는 물질이 잔뜩 있다. 한 곳에서 안정된 물 처리를 하더라도, 다른 폐수를 만나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실험실에서 원인을 찾는 일을 해야 한다. 결과를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방향을 정하기도 한다. 그 외에 업무로는 수출입 업무, 견적서 작성, 전화 응대, 발표자료 작성.... 작은 일이지만 꼭 필요한 일을 모두 감당한다.
매일을 온갖 일을 계획을 세워 착착 해가는 그녀를 보고 있노라면, 감탄이 나온다. 하지만, 집중을 하다 보면 힘들기 마련이다. 퇴근길에는 힘겨워한다. 회사에서 멀어질수록 조금씩 힘을 되찾는다. 밥을 챙겨 먹고 그녀는 바로 다른 직장으로 출근한다. 바로 농업인이다. 집에 있는 테라스로 출근한다.
농업인으로 출근하면 하루 종일 혼자 있던 아이들에게 말을 건넨다. 방울토마토, 바질, 딜, 최근에는 페퍼민트까지 추가되었다. 물을 주고, 조금 자라난 잡초를 제거한다(흙은 밭에서 가져가니 잡초 씨앗이 따라간 모양이다). 많이 자라란 방울토마토 잎을 솎아내기도 한다. 두 번째 직장에서 그녀는 즐겁다. 하고 싶은 일이라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공부를 한다. 몇 달 전에는 "유기농업기능사" 필기를 당당히 합격까지 했다.
첫 번째 출근에서 소모한 에너지를 그녀는 두 번째 출근에서 회복하는 듯했다. 나를 찾는 출근. 직장에서 자아실현을 하는 분들이 있다. 조직의 발전을 나의 발전으로 여기며 열심히 일하는 분들. 반면, 그렇지 못한 분들도 있다. 물론 그들도 조직에 기여하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 일을 끝나면 조금은 허무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공허해지고, 스스로를 태우다 결국 번아웃으로 완전히 멈추기도 한다.
이때 필요한 일은 나를 찾는 두 번째 출근은 아닐까? 난 지금 두 번째 직장을 구했다. 글쓰기가 내 두 번째 직장이다. 나를 찾는 다른 직장도 찾고 있고 준비 중이다. 나를 찾는 직장을 하나둘씩 만들어가니, 이제는 본업으로 돌아가는 일이 두렵지 않다. 소모된 나를 찾는 직장이 있다는 든든한 때문이다.
N 잡러라는 단어가 이다. 다양한 직업을 가지며 삶을 꾸려가는 이들을 말한다. 대부분 소득을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늘어난 소득으로 자신이 원하는 취미를 찾아가기도 하고, 먼 훗날 나를 위한 돈을 저축하기도 한다. N 잡에 나를 찾는 직업을 가지니, 마음에 자본이 쌓여간다. 마음이 강해지는 느낌이다. 나도 이제는 N 잡러일까? 나는 나를 찾아가는 일이 참 좋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누가 요구하지 않아도 하는 일. 힘겹게 견디지 않아도 되는 일.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된다. 힘든 오늘을 견딜 여자친구는 다음 직장 출근을 기다린 듯하다. 오늘 퇴근하면 자그마한 화분에서 어떤 일을 할지 물어봐야겠다. 그녀가 다시 출근할 때, 나도 그녀와 함께 나를 찾는 직장에 출근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