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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Jul 14. 2023

달이 뜨는 세상 끝에서 당신의 계절이 지나 여름.

작가를 따라가며 읽는 소설.

달이 뜨는 세상 끝에 당신의 계절이 지나 여름.


  난 읽는 책만 읽었다. 세계사에 몰두해 읽었던 날도 있고, 미술사에 빠져 살았던 날도 있다. 어떤 시간에는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싶었던지, 온갖 자기 계발서를 읽어 깨뜨렸다. 중국 고전의 숲을 걸어 다닌 일도 있다. 논어, 맹자, 대학, 소학에서부터 노자와 장자를 읽기도 했다(공부는 아니고, 읽기만 했습니다). 서점에 가도, 가는 길은 늘 비슷했다.


  지난 1년 동안 폭이 급격하게 넓어졌다. 두 가지 이유 덕분인데, 하나는 동생의 독립서점이고, 다른 하나는 독서모임 덕분이다. 동생이 하는 독립서점에 다양한 책이 쏟아져 들어왔다. 난 읽고 짧지만, 서평을 남기고 오시는 분들에게 소개하는 글을 적어갔다. 평소라면 선택하지 않을 책을 계속 만났다. 독서모임에서는 새로운 세계를 탐험했다. 내가 알지도 못한 책과 작가를 만났고, 이야기를 나눴다. 생각을 넓히는 기회가 되고, 시야가 환해졌다.  


  최근 동생 서점에 있는 한 분의 작가님 책을 다 읽었다. '주얼' 작가님. <당신의 계절이 지나가면>, <여름의 한가운데>, <달이 뜨는 동쪽 세상의 끝>. 우리 삶이 녹아있는 이야기에 빠졌다. 가까운 친구가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난 그저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이야기. 소설 속 친구는 날 응원하고, 괜찮다며 위로한다.


  세 권의 책을 읽으며 작성한 독서 노트에는 작가가 쓴 문장이 빼곡하고, 내 생각이 붙어 있다. 붙어 있는 생각을 떼어내 다듬어 적어본다.



  '삼척에서 온 편지'는 잔잔하게 흐르는 깊은 호수 같다. 호수에 내 얼굴이 비쳤다. 사람과 어긋났던 순간일 때, 내 얼굴을 보여준다. 곁에 있던 사람들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며 고치려고 했던 오만한 얼굴. 스스로가 잘못되었다고 자책했던 일그러진 얼굴이 일렁이는 수면에 보였다 사라진다 (<당신의 계절이 지나면>, '삼척에서 온 편지'). 


  홀로 동굴에 앉아 모닥불만을 보며 세상에서 동떨어져 아무 말하지 않고 있던 날이 화르르 떠올랐다 사그라들었다. 누구나 겪는 일, 성인식을 하는 사람처럼 모두가 거쳐야 할 과정임을 이제야 알게 된다. 내 색과 빛이 진해지는 순간임이 소설처럼 다가온다 (<당신의 계절이 지나면>, '여름이 지나가고').

<당신의 계절이 지나가면>

  지도를 보며 겨우 목적지에 가는 길치인 내가, 인생에서도 길을 잃고 방황하던 장면을 소설이 불러왔다. 당황하던 나에게 들려주고 싶던 말. 방향이 옳든 그르든, 가다 보면 어딘가에 닿아,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으리라는 말이 날 위로했다 (<여름의 한가운데>, '여름의 한가운데').


  걱정이라는 짐을 지고, 불안이 발목을 잡고, 공포가 심장을 죄어 오는 순간. 지금 나는 고통스러워하는 나에게 오직 호흡에 집중하고 다른 생각하지 말고 발을 떼어 앞으로 가라고, 놓치는 사람도, 일도 모두 어쩔 수 없는 순간이 있음을 알려준다. 과거의 나에게도, 지금의 나에게도 어쩌면 미래의 나에게도 필요한 말 (<여름의 한가운데>, '수면 아래에서').


  사소하다 못해,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으리라 생각한 일을 하며, 해도 되나, 멈춰야 하나를 고민하는 순간. 소설 속 주인공은 나에게 파도가 멈추지 않듯, 꾸준히 하는 일이 멋진 일이라며, 나를 격려하기도 한다. 요즘 시작한 사소한 일에도 용기가 불어넣어진다 (<여름의 한가운데>, '월간 윤종신'). 

<여름의 한가운데>

  내 상황을 훤히 본 뒤 주인공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끼는 경우가 있다. 하나의 문이 닫히고, 다른 문 앞에 서있는 요즘 주인공이 나에게 문을 열고, 발을 내디디는 행위 자체가 중요한 일이라 한다. 걱정하지 말고, 물을 열고 가보라고 말이다 (<달이 뜨는 동쪽, 세상의 끝>, '최선의 선택').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선택이 없음을 느끼는 요즘. 얻는 것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잃는 것이 있음이 있다고 주인공은 말한다. 마치, 달이 차오르며 비어있는 검은 공간을 앗아가듯. 글 쓰며 얻은 것이 있음에도, 글 쓰며 잃어버리는 것에 안타까워하는 지금을 떨치고 일어나라고 응원한다 (<달이 뜨는 동쪽, 세상의 끝>, '달이 뜨는 동쪽, 세상의 끝').

<달이 뜨는 동쪽, 세상의 끝>


  3 권의 책을 다 읽고 책을 덮었다. 마음대로 작가님과 만나는 장면을 상상해본다. 시원한 맥주를 두고, 비틀즈 바이닐 (LP)에서 노래 한곡을 듣는다. 글에 대한 이야기도, 매년 한 권의 책을 내는 일에도, 가지고 있는 자그마한 고민에 대하서도 작은 목소리로 나눈다. 가까운 친구와 담담하게 이야기를 나누듯, 고개를 끄덕이리라.


주얼 작가 단편 소설과 연작 소설.



주얼 작가님 소설 이런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 잔잔한 소설을 찾으시는 분.

  - 시끄러운 일상에서 탈출 하고 싶은 분.

  - 생각할 질문을 받고 싶은 분.


#주얼 #독립서적 #잔잔함 #좋은문장 #먹먹함

매거진의 이전글 시는 어렵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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