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보면, 많은 명언을 만난다. 그들의 삶 속을 진하게 증류해 만든 하나의 문장은 묵직하다. 문장에는 조금은 다른 의미이지만 다양한 이름을 가진다. 아포리즘이라고도 하고, 비슷한 말로는 금언이 되기도, 격언이 되기도, 경구가 되기고, 잠언이 되기도 한다.
최근에 읽은 책에서 만난 명언이 있다. 주인공은 프랑수아 트뤼포. 프랑스 영화 감독이자, 영화 평론가이기도 하며, 배우이기도 하다. 그가 유명한 건, 멋진 영화덕분이기도 하지만, 영화를 누구보다 사랑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을 시네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거칠게 이야기하면 영화광? 부드럽게 이야기하면 영화를 무척 사랑하는 이들이라 할 수 있다. 평생을 영화에 빠져 산 그가 진하게 우려낸 문장이 내 마음에 왔다.
"영화를 사랑하는 세가지 방법은 같은 영화를 두번 보길 두려워하지 않고, 영화에 대한 글을 쓰며, 마지막에는 영화를 만드는 일이다." 한 사람의 생을 보고, 그가 남긴 진한 향의 문장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진동한다. 프랑수아 트뤼포가 한 말이 내게 왔다. 마음 서랍을 얼른 열어 잊기 전에 제목을 적고, 문장을 적어두었다.
그가 한 말을 조금 바꿔, "책을 사랑하는 세가지 방법은 같은 책을 두번 보길 두려워하지 않고, 책에 대한 글을 쓰며, 마지막에는 책을 만드는 일이다." 내 생각을 조금 적어두고, 바뀐 문장을 마음 잘보이는 곳에 두었다. 글이 되어 서랍에 넣어 두었다. 다 쓰고, 퇴고를 할때, 확인을 한번 더한다. 어떤 상황에서 말이 나왔는지, 그리고 그의 삶을 다시 찬찬히 살펴보기 위해서다.
검색을 하다 눈에 들어온 게시물이 있었다. <[가짜명언 팩트체크] 각색된 프랑수아 트뤼포의 '영화광 3법칙'>. 여러 영화감독이 언급하기도하고, 칼럼에도 등장한 명언의 출처를 따라 간다. 그러다 그가 적어둔 책 <내 인생의 영화들>에 도착한다. 그가 한 진짜 한 말은 조금 달랐다.
"영화에 대한 나의 열정 가운데 어떤 부분이 나를 영화 감독이나 비평가의 길로 이끌었느냐 (중략) 첫 번째 단계는 많은 영화를 보는 것. 두 번째는 나는 극장을 나설 때 감독의 이름을 적어두기 시작했다. 세 번째 단계에서 나는 같은 영화를 보고 또 보면서 내가 감독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잘못 알려진? 하지만, 그가 무척 했을 듯한 말로 쓴 글을 다 지웠다. 글을 다시 써야하나, 곰곰 생각했다. 잘못 알려진 문장이 식품 첨가물로 진짜 보다 더 진짜 같은 향과 맛처럼 느껴졌고, 진짜인 문장에서는 조금은 심심한 맛을 향을 느꼈다. 하지만, 심심한 문장을 마음에서 한참 굴리리 감칠맛이 났다. 문장을 바꿔 적어둔다.
"제가 지금 글쓰는 사람으로 이끌었냐 (중략) 첫 번째 단계는 많은 책을 보는 것, 두 번째는 감동을 준 작가 이름을 적어두기 시작한 것, 세 번째 단계는 같은 책을 보며, 내가 작가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생각하기 시작했다."
매일 글을 쓰는 내 미래를 생각해본다. 가끔을 쉬어가기도 하고, 매일이 아니라 주기가 바뀔 수도 있지만, 그래도 글을 쓰고 있으리라. 많은 글이 쌓여있는 나를 보고, 누군가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까지 어떻게 글을 쓰고 계셨냐고. 그럼 나는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이 한 말을 그에게 돌려줘야겠다. 나만의 방식으로 바꿔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