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지대.
떼어낸 지지대, 붙인 지지대.
요즘 뉴스 보기가 겁난다. 비로 인해 받는 피해가 마음을 섬뜩하게 한다. 인터넷 뉴스에도, 텔레비전 뉴스에도 피해를 담은 사진과 영상을 보며 마음이 아릿하다. 비는 땅 이곳저곳으로 흘러 스며들고, 강으로 가기도 하고, 바다로 흘러들어 가기도 한다. 물을 한껏 머금음 땅은 물렁물렁해진다. 그 위에 있는 건물도, 담장도 자세를 잡고 있는 게 어려워진다.
약해진 건물과 담장은 강한 비람으로 넘어트리기도 한다. 비가 바람이 함께 오니, 특히 홀로 서있는 담장은 바른 자세를 하기 힘들다. 무거운 흙을 떠 받치고 있는 옹벽도 물을 먹어 무거워진 흙을 버티기 힘들어 자신의 모양이 일그러뜨리기도 한다.
아주 가끔은 든든하다고 생각한 땅이 흔들려 건물도 담장도 넘어질듯 위태롭게 하기도 한다. 바다 근처에서는 큰 파도가 들이쳐 구조물을 날려 보내기도 한다. 우리가 생활하는 모든 것들이 비, 바람, 지진, 파도로 인해 순간적으로 날아갈 위기에 처한다.
그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지지대다. 온전하게 복구하기 전까지 지지대로 지금 당장 무너지지 않게 한다. 모양은 다양하지만, 땅에 강하게 딛고 있는 구조물들이 그들을 무너지지 않게 견디게 한다. 고칠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을 견디게 하는 지지대.
지금 나라는 건물은 꽤나 튼튼하다. 대학원 시절을 거치며, 하나의 프로젝트에 책임을 나눠지며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나를 튼튼하게 했을 테다. 건물을 짓기 위해 벽돌을 만들고 쌓듯 출근을 하며 공부를 했다. 회사를 다니며, 공부를 했다. 사람들을 만나며 이야기를 나누며 때로는 내 마음을 흔들고, 때로는 내가 할 수 없는 버거운 일이 나를 때리기도 했다. 묵묵히 견뎌가며 내 건물이 단단해졌다.
하지만, 가끔은 급작스러운 비가 한참을 내리기도 하고, 알 수 없는 방향에서 바람이 불어오기도 하고, 때로는 내가 믿고 있던 땅이 흔들려 버리기도 한다.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에 매달려 좌절에 비가 내리기도 하고, 내 잘못은 아니지만 내가 책임져야 해서 바람이 불어오기도 하며, 내가 믿었던 이가, 아픈 말을 하는 일에 마음이 강하게 흔들리기도 한다.
그때, 내 건물은 위험하다. 한쪽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그때는 지지대들에 바로 나타나 내가 더 이상 무너지지 않게, 복구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준다. 그게 나에게는 가족이다. 요즘에 하나 더 생겼는데, 바로 글쓰기로 만난 인연들이다.
그들은 이유를 자세하게 묻지 않는다. 무너져 내리는 나를 보고, 우선 돕는다. 바람이 부는 상황이 끝나길, 비가 내리는 상황이 끝나길, 땅이 흔들리는 상황이 끝나길 함께 기다린다. 비를 맞고, 바람을 맞고, 땅이 흔들리는 상황을 견뎌준다. 상황이 끝나고, 내가 복구작업을 하면 바로 사라져 또 다른 날 나를 위해 기다리고 있다.
뉴스가 끝나고 다른 뉴스가 나온다. 난 내 지지대인 그들에게 나도 지지대일까? 나도 그들을 위해 하는 일이 있는 귀인일까? 자리를 털고 일어나 생각정원으로 가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