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공학박사입니다만.

by Starry Garden
생수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생수를 가끔 마신다. 내가 환경공학 박사인 데다, 물처리를 전공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가끔 나에게 묻기도 한다.


"생수 맛 차이를 알아?"


조금 노골적으로 상표명을 말하며 비교를 하라는 분들도 있다.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얼버무리고 만다. 맛을 구분할 수 있냐고 하면? 잘못한다. 아! 특히 한국에 '수원*'을 두고 있는 생수는 거의 구분을 하기 어렵다. 내 미각이 예민하지 않은 탓도 있고, 우리나라의 생수는 상향 평준화 되어 있는 탓도 있다.


*수원: 물이 나오는 근원.


물맛은 얼마나 세분화할 수 있을까? 사람의 감각에 의지한 검사가 있다. 바로 관능검사. 연구자에 따라 서로 다른 맛의 기준을 세우고 검사를 진행한다. 어떤 연구자는 '금속맛, 단맛, 짠맛, 쓴맛, 뒷맛', 어떤 연구자는 "짠맛, 단맛, 신맛"으로 나눈다. 무척 주관적이라, 많은 사람들을 모아두고 일정 간격으로 브랜드를 가린 채 진행한다. 그 결과를 모아 통계 처리로 복잡 계산한 뒤 몇 개의 숫자로 비교한다.


기준을 세우는 일에 주관이 들어가고, 사람들의 주관을 통계처리라는 복잡한 일을 한 뒤에야 결과를 볼 수 있으니, 누군가 번역해주지 않으면 알아듣기 쉽지 않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몇 개의 물질을 분석한 뒤 맛을 평가하는 지수를 개발하기도 했다.


복잡하지만, 물 맛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마그네슘 (Mg²⁺), 칼슘 (Ca²⁺)다. 둘을 계산하여 우리는 '경도'라고 한다. 단단한 정도라고 해야 할까? 150 mgCaCO₃/L를 넘는 물을 센물 (경수)라고 하고, 150 mgCaCO₃/L 이하 물을 단물 (연수)라고 한다.


혹시 계산 방법이 궁금하신가요?
원자량이 얼마고, 당량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지만, 자세히 아실 필요는 없습니다.

복잡 방법 1번 방법과 간편 방법 2번이 있습니다.
1번: (칼슘 x 2.5) + (마그네슘 x 4)
2번: (칼슘 + 마그네슘) x 3


센 물은 설거지나 세탁이 잘 안 되는 단점이 있고, 물때가 잘 생기는 문제가 생긴다. 센 물이 포함하고 있는 마그네슘과 칼슘이 몇 가지 물질과 결합해 관을 막고, 물때의 원인이 된다. 물맛도 목 넘김이 거친 면이 있다. 단면 단물은 비누도 잘 풀어지고, 물때도 잘 생기지 않는다. 물때의 원인이 없기 때문이다.


물을 처리하는 입장에서 볼까? 마그네슘과 칼슘이 많으면 처리해야 할 물질이 많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시작한 말을 기억할까? '우리나라 생수는 상향 평준화 되어있다.' 우리나라는 물맛이 세계에서도 주목받을 만큼 좋다. 물 맛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이 많은 석회질 층이 적기 때문이다.


석회질 층에 물이 오래 머물다 보면, 칼슘과 마그네슘을 많이 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나라의 생수의 수원은 석회가 없기도 하거니와, 특히 제주 경우에는 빠르게 흘러가니, 물 자체에 마그네슘과 칼슘이 적다. 그래서 물맛을 거칠게 하는 칼슘과 마그네슘의 농도가 낮다.


반면, 유럽에서 건너온 고개의 물은 어떨까? 혹시 기회가 된다면 칼슘과 마그네슘을 더하고 곱해보자. 우리나라 생수보다는 훨씬 높은 수치를 보일 테다. 누군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한다. 미네랄워터이니, 미네랄이 많은 것이 우리 몸에 좋은 것 아니냐고. 그렇다. 하지만, 텁텁한 물, 목 넘김이 불편한 물을 이겨가며 먹는 물에 있는 미네랄은 너무 미비하다. 차라리 종합비타민이.. 균형 잡힌 영향을 제공하지 않을까?


실제 예시를 볼까? 칼슘과 마그네슘의 최고치를 기준으로 간단한 계산 방법으로 한국 생수 4개, 외국 생수 2개를 계산해 봤다. 한국 생수 A사는 34 mgCaCO₃/L, B사는 23 mgCaCO₃/L, C사는 67 mgCaCO₃/L, 105 mgCaCO₃/L. 외국 생수 Y사는 390 mgCaCO₃/L, Z사는 105 mgCaCO₃/L다. 난 한국 생수면 크게 수치를 보지 않지만, 외국 생수를 손에 집는 날이면 자세히 본다. 그리고 센 물은 피한다. 무던 한 나도 불편감을 주는 물이니 말이다.


이외에도 맛을 결정하는 요소가 있다. 망간, 아연, 염소, 황산염은 맛을 불쾌하게 하고, 탄산염, 나트륨, 칼륨은 맛을 조금 시원하게 한다. pH도 6.5~7.5 사이가 중성으로 불편한 맛을 만들지 않는 수치라고 본다. 너무 낮으면 금속맛이 난다고 하고, 너무 높으면 소다 맛이 난다고 한다.


난 우리나라 생수 구분을 거의 하지 못한다. 워낙 좋은 물들이다. 하지만, 누군가 외국의 고가의 물을 먹으며 나에게 물맛을 아느냐 으스거린다면,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이거 단물이 아니고 센 물이네, 목 넘김이 불편한 텐데, 몰랐어?"



덧붙임

기회가 있다면 생수 뒤편을 살펴보자.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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