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의 불편한 진실.

그래도 해야 하는 이유.

by Starry Garden
친환경의 불편한 진실.


오랜만에 주말 서울을 거닐었다. 걷기 좋은 연남동까지 어렵게 차를 몰고 가, 겨우 주차하고는 걸었다. 지나가는 길에 밥을 먹고, 나는 휘적휘적 목적 없이 걸었다. 자그마한 기념품을 파는 가게를 몇 개 거친 다음 차를 한 잔 마실까 해서 두리번거렸다. 우연히 만난 곳이 있으니, 제로웨이스트 가게다. 전공에 맞닿아있는 부분이 있어 생각으로만 가다듬고, 물어보는 동생에게 몇 번 나눈 이야기가 떠올랐다.


수 십장 있는 에코백 중 하나를 선택하고 들고 다닌다든지, 친환경이라고 적혀있는 물건을 수십 개 소비하며 자신은 환경을 지키고 있노라 말하다든지, 텀블러를 수시로 바꿔 들고 다니며 음료를 받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에코백은 무엇으로 만들까? 면화가 될 수도 있고 플라스틱 섬유로 만들 수도 있다. 덴마크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면화로 만든 가방을 최소한 7,100번은 플라스틱 봉투 대신 써야 환경에 도움이 된다고 플라스틱 가방은? Polypropylene(PP)나 polyethylene (PE)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가 흔히 쓰는 비닐봉지를 대신해 10~20번은 써야 환경에 이롭다고 할 수 있다 (United Nations Environmental Programme, 2020).

* '환경에 도움이 된다'라는 의미는 전 과정평가 (LCA, Life cycle assessment)로 비교한 결과입니다.


텀블러는 어떨까? 이 또한 크기와 소재에 따라 다르지만, 200~350회 정도는 플라스틱 컵을 대신해서 써야지만 환경에 좋다고 할 수 있겠다 (Are reusable coffee cups actually good for the environment?). 그럼 우리는 실제로 얼마나 쓸까? 기사에 따르면, 여러 번 쓸 수 있는 제품을 사서 평균 20~30 회 정도 쓰고 만다고 한다. 그럼 환경을 보호한다고 생각하며 한 일들이 실체를 그렇지 않다고 할 수 있겠다.


에코백을 여러 장 사서 빨래까지 한다고 생각하면 수질을 처리에 드는 에너지, 세탁기를 돌리는 데 필요한 에너지까지 드니, 새삼 의미 없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에코백이든, 텀블러든 검색을 하며 두 가지 단어가 함께 따라온다. 하나는 그린위싱(Green washing)이고, 다른 하나는 리바운드 효과 (rebound effect)다.


하나씩 볼까? 그린 워싱은 화이트 워싱에서 나온 단어라고 한다. 화이트 워싱은 하얗게 칠하다는 의미로, 기업이나 사람이 자신이 한 불법행위의 진실을 은폐하는 말을 이른다. 그럼 그린 워싱은 뭘까? 바로 친환경이라는 단어로 물건을 팔며, 환경보호에 효과가 없거나, 한발 나아가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이들을 말한다. 이들은 증거가 없는 말을 애매모호하게 하며 마치 좋은 일을 한다고 주장한다. 거기다, 마치 어디에선가 인증을 받은 것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산다.


리바운드 효과는 무엇일까? 공이 튀어 오르는 것을 보며 만든 단어로, 친환경을 위해 한 일이 사실은 환경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에너지 효율 리바운드 효과와 온실가스 감축, 2015). 에너지 절약을 한다고, 환경을 보호한다고 대신한 선택이 오히려 환경을 오염시키는 일이다.


사실 비닐봉지를 쓰든, 에코백을 쓰든, 플라스틱 컵을 쓰든, 텀블러를 쓰든, 계속 쓰면 된다. 쓴 것을 또 쓰고, 잊지 않고 쓰면 된다. 그럼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국 환경을 위한 일이 된다. 불편하고,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에코백을 파는 일도, 텀블러 사용을 독려하는 일도, 그리고 제로웨이스트를 주장하는 일 모두가 그린워싱일 뿐일까? 우린 공을 던져 공이 튀어올라 목적을 잃어버리는 일이기만 할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우리가 하는 일이 환경오염에 원인이 된다고 하더라고, 우리는 해야 한다. 물론 너무 많은 에코백을 사고, 텀블러를 사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 우리가 잊고 있던 텀블러를 꺼냄으로써, 환경을 생각하고 있는 일이 되고, 에코백을 보며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이 환경을 파괴하는 일이니 조심을 하자는 마음 가짐이 된다.


환경 문제는 위기만 우리에게 올까? 아니다, 해결되는 경우도 있다. 요즘 오존층 파괴 이야기라 쏙 들어간 것처럼. 많은 분들이 오존층이 얇아지고, 극지방이 녹아내린다는 학습이 되었다. 그 뒤에 전 세계가 마음을 모아 만든 몬트리올 의정서가 30년이 지난 지금 효과가 대단한 것처럼 말이다. 그뿐일까? 예전에는 휘발유에 납을 넣어 노킹 현상을 방지했지만, 전 세계인들의 몸에 납을 쌓고 있었다.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법이 만들어졌고, 대체품인 무연가솔린이 개발되었다.


환경은 거대하다. 문제 또한 거대하다. 고치려면 막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는 언젠가 거대한 힘이 필요할 때, 단단한 기반이 된다. 우리의 관심은 성과가 없어 보이는 기술을 연구하는 시간을 주고, 정책이 시행하는 동력이 되며, 전 세계가 같은 방향으로 가는 표지판이 될 테다.


지금까지 이 글을 읽으신 분이라면, 환경에 관심이 충분히 많은 분이라 생각된다. 그럼 이제 창고를 열어보자. 잠들어 있던 텀블러는 꺼내며, 환경을 생각하고, 잊고 있던 이쁜 에코백을 매며 환경을 기억하자. 그럼 때가 왔을 때, 누군가가 그대에게 손을 내밀며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




제로웨이스트 매장에서 자연 수세미를 만지작 거리며 사기를 고민했다. 환경에 도움이 되리라 믿으며. 고민하던 내 어깨를 톡톡 치며 여자친구가 빙그레 웃는다. 자기 집에 있으니 나눠 가지자고. 고개를 끄덕이며, 환경을 잊지 않으려 한다. '그래도 해야만 한다'라는 문장을 되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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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해야한다.


KakaoTalk_20230905_110816214.jpg 그래도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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