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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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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Aug 13. 2023

반려 동물이 아픈 일에 대하여.

온갖 생각이 커지더군요.

반려 동물이 아픈 일에 대하여.


  반려동물을 쓰다듬는 일은 마음을 평안하게 한다. 평소처럼 강아지 인생 3년 차인 '희망이'를 쓰다듬고 있었다. 평소와 다르게 등이 우둘투둘하다. 넓게 퍼져 커져있는 피부가 이상해 더듬거리니 '희망이'가 불편하다고 나를 째려본다. 따가운 눈빛을 피해 다시 만지니, 일어나서 도망간다. 


  이상함을 느껴 동생에게 이야기하니, 작은 문제에 호들갑 떠는 나라는 필터로 가만히 있으라 하며 '희망이'를 번쩍 들어 안아서 더 금거리며 확인한다. 웃으며 안았던 동생은 표정이 어두워진다. '희망이'를 안고는 어머니에게도 갔다 오더니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가는 날이 장날일까? 오늘은 매달 가는 동물병원이 쉬는 날이다. 우선을 다들 나가야 하니, 병원이 여는 내일 가자고 합의를 하고는 각자의 일터로 나갔다. 하지만, 우리 모두 비슷한 생각을 한 탓일까? 가족인 희망이가 심각한 병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연결된 덕분일까? 늘 가는 동물병원 말고 야간 진료를 하는 병원이라고 가자며 동생이 전화를 걸어왔다. 


  난 바로 동의하고는 예약 시간을 말하는 동생에게 언제든 괜찮다 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하는 길을 뚫고, 동생과 어머니 그리고 나는 '희망이'를 안고 출발했다. 야간 진료에도 많은 분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수의사님이 "희망이 들어오세요."을 쫓아 진료실로 들어갔다. 어머니는 우리에게 희망 이를 맡기시고는 어두운 표정으로 들어가는 일에는 고개를 저으며 거절하셨다.


  만지시며, 우리의 말을 경청하시던 수의사님은 '희망이'를 안고는 진료실 뒤편으로 들어가셨다. 다시 대기. 한참 시간이 흘렀을까? '희망이'는 붕대를 몸에 감고 나왔다. 여전히 발랄한 모습으로. 수의사님은 친절하고 천천히 설명을 이어가셨고, 사진을 보여주셨다.


  원인을 하나로 특정하기 어렵지만, 산책 중에 벌레에 물렸고, 하네스가 누르는 탓에 염증이 한 부분에 쌓였다고 한다. 현미경 사진과 짜낸 것을 보여주셨다. 2일 뒤 다시 방문 예약을 하시고는 약과 조심해야 할 몇 가지를 알려주셨다. 


  희망이 와 돌아온 우리는 조잘거리며 어머니에게 설명을 했다. 어머니는 눈을 지그시 감으시고 낮고 읊조리셨다.


  "다행이다. 큰 일 아니라서."


  행복은 무척 추상적이다. 그래서, 사람에 따라 다르고 같은 사람이라도 시기에 따라 달라지리라. 흐릿한 보이는 것이 있는데, 바로 행복의 요소가 나에게서만 오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내가 돈을 많이 벌고, 직장에서 잘 나간다고 행복일까? 가족이 아프면 집안의 행복은 창문을 넘어 달아난다. 가족의 건강은 내가 어찌할 주었는 부분이지만, 희미만 행복에 큰 요소로 작용한다. 


  '희망이'는 반려 동물로 우리 가족이다. 희망이가 아프니 우리 가족 모두가 발을 동동 굴렀고, 수의사님이 말씀하시기 전까지는 어두운 얼굴이 되었다. 어머니의 낮은 읊조림이 우리의 행복이 얼마나 연약하고, 기적임을 알게 되는 순간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손을 놓고 있어야만 할까? 내 행복에 가족의 건강이 연계되어 있음을 알게 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빛으로 환하게 비춘다. 그러니 흐릿하게 보이는 행복의 한 귀퉁이가 맑게 보인다. 몇 가지 질문으로 가족의 건강을 확인하리라. 


  눈을 뜨신 어머니는 '희망이'를 쓰다듬으며 다시 입을 떼신다.


  "다행이다, 희망아 그지?"


희망이



덧붙임

  지금은 약도 먹고 연고를 바르니 괜찮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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