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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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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Aug 18. 2023

당연한 집 비밀번호를 까먹었다.

당연한 일은 없습니다. 

당연한 집 비밀번호를 까먹었다.


  주말 낮, 더운 여름. 중복이 막 지난 시점에 요리 욕구가 불타 올랐다. 내가 도전할 음식은 '지코바식 치킨' 소스를 넉넉하게 만들어 라면 사리를 비벼 먹고, 떡을 먹은 다음 닭을 먹는 닭 정찬이라고 할까? 정육 닭과 간 마늘, 떡볶이 떡, 대파를 준비하고 집에 있는 소스를 기억을 더듬어 확인했다.


  두 손 무겁게 즐거운 마음으로 할인 마트를 나와 차에 재료를 차곡차곡 쌓았다. 맛있게 드실 가족을 상상하니 웃음이 배시시 나왔다. 지코바식 치킨 순서를 되짚어가고, 내 동선을 상상하니 집에 도착했다. 넣은 순서 반대로 손에 재료를 걸고 집으로 갔다. 문 앞에서 우두커니 서서 비밀번호를 눌렀다. 


  "삐빅"


  문은 열리지 않고, 내가 틀렸다는 답을 짧게 뱉어낸다. 고개를 갸웃하고 다시 천천히 눌렀다. "삐빅". 다시 생각해 보라며 문은 여전히 단단히 잠겨 있다. 손에 있던 재료를 내려 두고 다시 했다. 이번에는 천천히. "삐빅" 이번에는 문이 '너 누구야?'라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 연거푸 틀리니 당황했다. 


  머리에 있던 치킨 만드는 방법은 사라지고, 비밀번호를 뒤적였다. 그러고 있던 중 아버지가 문을 여셨다. 


  "뭐 해? 들어와."


  "당연한", "원래"라는 단어를 붙이고 따라오는 문장이 있다. "그건 당연한 일이야" "원래 그런 거야." 따라오는 문장이 오래도록 내려온 부당한 일일 수도 있고, 곁에 자연스럽게 있다고 소중함을 모르는 것일 수도 있다. 부당한 일은 악습과 폐습이 되고, 가족과 공기처럼 소중함을 잊는 것일 수도 있다. 


  당연히 내 곁에 있는 부모님, 원래부터 있던 깨끗한 물과 공기. 원래부터 당연한 일이 있을까? 당연히 알고 있다는 순간이 깨지고, 원래부터라는 말이 무너져야 안다. 당연한 것도 없고, 원래라는 것도 없다.


  당연이라는 단단하다고 믿은 땅은 가벼웠고, 원래라는 말이 붙어 있는 벽은 생각보다 약했다. 관찰을 하고 당연한 일을 없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글을 쓰며 원래라는 단어를 떼어낸다. 어렵지만,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지만. 


  아버지의 눈빛에 어색한 웃음으로 답하고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당연한 일에 대한 일에 가려진 치킨 조리법을 꺼냈다. 재료를 뚝딱 거리며 유튜브 영상을 따라 지코바식 치킨을 만들었다. 어머니와 아버지를 모셨고, 동생 몫을 따로 빼놓았다. 


  내 마음에 있던 사전에 있던 '원래'와 '당연'이라는 단어를 쓱쓱 지워버리려고 한다. 



지코바식 치킨

덧붙임

  지코바식 치킨 반응은 무척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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