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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Starry Garden Sep 06. 2023

도둑맞은 내 집중력. 범인은 바로 너!

당신의 집중력은 안녕하신가요?

도둑맞은 내 집중력. 범인은 바로 너!

최근 며칠 동안 집중력을 도둑맞았다. 범인이 집중력을 가져간 뒤, 책은 입을 굳게 다문 조개 마냥 펴지지 않았고, 하얀 종이에는 글을 몇 자 남기지 못했다. 빈 공간을 치고 들어온 게 있으니, 유튜브, OTT, 인스타그램이다. 시간이 참 잘 간다. 내려도 내려도 새로운 영상을 추천하고, 재미있는 게시물을 내 앞에 대령한다. 짧은 글, 빠른 화면 전환에 눈이 팽팽 돌아간다.

책이 먼지를 먹고 얼굴이 뿌옇게 뜨고, 서랍에 두었던 글들은 하나씩 날아가고 나서야 정신이 번쩍했다. 먼지를 털어내고 책을 폈고, 깜빡이는 커서를 맹렬하게 째려봤다. 집중력이 없는 탓일까?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이해되지 않은 문장을 거슬러 올라가 읽고, 또 읽었다. 책을 덮고, 커서를 째려보는 일은 눈만 시리게 했다.

범인을 찾아야 한다. 도둑맞은 내 집중력을 찾아야 했다. 유능한 탐정을 찾아갔다. 바로 요한 하리. 그를 찾아가니, 비스듬히 앉아 나를 맞이한다. 모든 것을 안다며, 도둑맞은 집중력을 찾으려 왔다는 사실을 짚어 냈다. 그가 꺼낸 첫마디에 놀랐다.

"집중력은 제한된 자원입니다. 알고 계신가요? 당신은 대가를 치른 셈입니다."

막대한 정보를 받아들이는 (그게 양질의 정보이든, 가볍게 보는 가십이든 상관없다) 대가로 집중력을 지불했다고 한다. 공짜로 정보를 얻는 건 없다며 내게 정신 차리라고 한다. 그는 담담히 말을 이어갔다. 휴대전화 액정 너머에서 당신의 집중력을 앗아가 산만함을 연료로 삼는 이들이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웃으며 마치 착한 마음으로 유용한 기능을 제공하지만, 그 뒤에는 집중력을 빼앗아 갈려고 한다며, 책상을 꽝 쳤다.

서류를 뒤적이더니, 스스로를 과신하지 말라고 한다. 우리는 한 번에 하나만 집중할 수 있으며, 하는 일을 바꿀 때마다 집중력은 사그라든다고 한다. 나에게 일침을 가하며, 유튜브 영상을 보며 하는 글쓰기, 책 읽기가 가능하라리는 믿음을 버리라고 했다. 그럼 휴대전화를 버리고 도망가야만 집중력을 찾을 수 있냐는 질문에 그는 내게 다른 질문을 내 앞에 내려놓는다.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냐고. 잠시 고민하다, 휴대전화의 알람, 컴퓨터라고 말하고 입을 꾹 닫았다. 그는 피식 웃으며, 종이하나를 건넨다. 집중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스트레스, 다음이 생활변화(출산, 노화 등), 수면이고, 휴대전화는 4등이라고 말한다. 집중력을 훔쳐간 이는 휴대전화만이 아니라고 한다.

결국 잘 먹고, 잘 자야 한다고 한다. 다만, 스트레스는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한다. 말로는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고 쉽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내일 청구서를 걱정해야 하고, 아이를 챙겨야 하며, 직장에서 긴장을 하는 사람이 쉽게 스트레스에서 해방되는 일은 어렵다. 누구도 타인의 스트레스를 쉽게 이야기할 수 없다.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시스템이 움직여서 조정해야 하는 일이 있다고 한다.

몸을 일으켜 따라오라 손짓한다. 커다란 창고로 안내했다. 버튼을 몇 번 누르고 난 뒤, 열린 문 안에는 두꺼운 서류로 가득했다. 모두 나처럼 범인을 찾아 달라고 왔던 이들의 흔적이라고 한다. 도둑맞은 집중력 문제는 단순히 휴대전화를 어디가 숨기고, 산으로 간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한다. 물론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야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고 한다.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고, 내 산만함을 연료로 거대 기업이 움직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한다.

두꺼운 책을 끝까지 읽고 나니, 내 손에는 한 줌의 집중력이 생겼다. 한 번에 하나의 일에 집중하자. 결심해 본다. 유튜브를 보더라도, 유튜브에만 집중하고, OTT를 통해 영상을 보더라도, 거기에만 집중하자. 물론 글쓰기도 책 읽기도 마찬가리리라. 하나 더해보면 잘 먹고, 잘 자자. 그래야 우리에게서 사라진 집중력을 되찾을 수 있다. 물론, 그의 말처럼 개인이 할 수 있는 일 너머의 일을 잊지 않으려 한다. 시스템이 변화하길 바라는 마음에 자신이 찾은 집중력을 나누는 일도 필요하다. 세상이 변해야 인류 대부분이 잃어버린 집중력을 찾을 수 있으리라.

다짐을 하고 오래 기억하고자 손글씨로 마음을 박아 넣고 있으니,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빼꼼히 얼굴을 내민 사람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여기가 집중력을 찾은 분이 있다고 하던데, 맞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