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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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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Sep 16. 2023

동네에 들개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죄책감이 차오른다.

동네에 들개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내가 사는 동네는 아담하다. 걸어서 갈 수 있는 편의점이 전부고, 세상과 만나고 싶으면 차를 타고 나가야만 한다. 불편함을 지불해도 참 많이 남는데, 바로 고요함 덕분이다. 조용한 마을을 걷고 있다 보면 마음마저 평온해진다. 잔잔한 동네에 새로운 녀석의 등장은 며칠 전이었다.


  희망이(몰티즈 인생 3년 차)와 산책을 마치고 들어와 땀을 식히고 있었다. 신나게 뛰고 온 '희망이'는 늘 그랬듯, 물을 마시고 내 옆에 앉아있었다. 창문에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땀을 쥐어 보내고 멍하게 있는데, 갑자기 희망이가 귀를 세우고는 고개를 들고 두리번 거린다. 활에서 발사되는 화살처럼 갑자기 창문으로 뛰어가더니 으르렁 거린다.


  산책 뒤, 보통 지쳐 쉬는 녀석의 생각하지 못한 반응에 놀랐다. 희망이의 자기주장이 동네 강아지들의 합창으로 이어질까 꼬리를 따라가니, 처음 보는 개가 주차장을 총총 거리며 걷고 있다. 짖는 '희망이'를 품에 안고 자세히 보니, 목줄도 없고 사람도 없이 다니는 강아지가 있었다.


  어머니에게도, 동생에게도 물어보니, 자신도 봤다며 녀석의 인상착의를 말한다. 흰색 강아지, 진돗개가 믹스된 것으로 추정. 깨끗한 모습. 시간이 지나고 그 친구에 대한 생각이 쌓였다. 지금은 동네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이야기로 매듭지었다. 우리는 추리를 시작했다. 어쩌다 여기까지 흘러왔을까?


  동생도, 어머니도, 그리고 나도 여러 이야기를 하나 멈춘 곳은 같았다. 바로 유기견. 누군가 한가한 동네를 보고는 버리고 간 것은 아닐까라는 슬픔이 한 조각 마음에서 부유한다. 사람을 무서워하지도 않고, 깨끗한 모습이 이야기의 단서로 뒷받침되었다. 현재 사라져서 보이지 않는 이유는 다른 동네로 유유히 떠난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 동물 보호소에 연락해 구조가 되었을까? 마음이 쓰였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며, 그들의 이야기가 담긴 기사는 쉽게 지나칠 수 없다. 2020년에 잃어버리거나, 버려지는 반려 동물이 13만 마리라고 한다. 우리가 보고 있는 녀석은 그 수치에 포함되지 않는다. 동물보호소에서 구조된 동물을 유기 또는 유실 동물로 확인할 수 있으니 말이다. 동물보호소가 가게 되는 아이들은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까?


  구조된 반려동물의 42%는 인도, 분양, 기증으로 새로운 보호자를 만나게 된다. 정말 다행이다.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 밖을 돌아다니다 보니 몸이 성할 일이 없다. 아픈 몸으로 보호소에 들어온다. 물론 좋은 시설과 사려 깊은 봉사자와 직원이 있는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종종 있다. 지원이 빈약하니 누군 한 사람의 문제는 아니다. 보호소에서 짧은 그들의 생을 마치는 이들이 25.1%. 건강도 회복되었지만,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어른 동물이라는 이유도 분양되지도, 인도되지도 못한 아이들에게는 보호소에서 10일의 짧은 시간이 허락된다. 매년 20% 정도가 안락사로 삶을 끝낸다.


  보이지 않는 그 친구는 어디로 간 것일까? 우리 가족이 보자마자 동물보호소에 연락을 하지 못한 일이 죄책감이 되었다. 서늘한 죄책감에 발을 담그고 있다.  이름조차 알 수 없는 그 아이는 어디로 간 것일까? 자신의 삶을 어디서 잠시 유예하고 있을까? 잃어버린 분이 얼른 찾아오길 바라야 할까? 사고 없이 무탈하게 구조되기만을 바라야 할까?


  차가운 죄책감이 점점 차오른다. 따스한 집에 있는 '희망이'를 보니, 마음이 더 아프다.


그 친구에게는 하늘이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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