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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Sep 19. 2023

사가독서 다녀오겠습니다.

책 읽고, 생각정리해서 새로운 글을 가져오겠습니다.

사가독서 하러 다녀오겠습니다.


  '조선시대에서 최고의 왕을 꼽으라고 한다면?'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누가 가장 앞에 서게 될까?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나서는 지체 없이 한 분에게 표를 드리고 싶다. 한글을 만드신 세종대왕이다. 그분이 있어, 우리말로 우리 감정을 우리만의 방법으로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의 감정을 온전히 외국인들에게 전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 글, 우리말로 우리의 감정을 온전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앞서 말한 단점을 한참 앞서고도 남는다.


  세종대왕은 대(大)를 붙일 만큼 많은 일들을 하셨다. 그분을 기점으로 비로소 500년 조선시대의 시스템이 완비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눈에 띄는 제도가 있다. 바로 사가독서. 한자로 풀어볼까? 하나씩 따져보자.


사가독서 (賜暇讀書).

    사(賜): 주다, 하사하다. (은혜를) 베풀다.

    가(暇): 틈, 틈이 있는 날, 차분하다

    독(讀): 읽다, 이해하다, 읽기.

    서(書): , 문장, 기록


  네 글자를 조물 거리면, '글을 읽을 수 있는 틈을 하사하다.'가 나오지 않을까? 세종대왕께서는 제도를 만들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고 한다.


  내가 너희들에게 집현관을 제수한 것은 나이가 젊고 장래가 있으므로 다만 글을 읽혀서 실제 효과가 있게 하고자 함이었다. 그러나 각각 직무로 인해 아침저녁으로 독서에 전심할 겨를이 없으니, 지금부터는 본전에 출근하지 말고 집에서 전심으로 글을 읽고 성과를 나타내어 내 뜻에 맞게 하고, 글 읽는 규범에 대해서는 변계량의 지도를 받도록 하라 <<세종실록>> 권 34, 세종 8년 12월 11일


  학문을 진정으로 사랑한 그분은 뛰어난 인재가 직무에 몰두해, 책 읽기가 뒤로 밀려나고 있어 안타까워했다. 사가독서는 한가로이 놀며 쉬는 일이 아니다. 그동안 읽지 못했던 책을 보고, 글을 쓰며 마음을 닦아 내는 기회가 된다. 번듯한 독서당도 만들어주고, 언제든 책을 읽을 수 있게 왕이 직접 챙기는 제도가 되었다고 한다. 기간은 1~3개월, 또는 장가 라고 해서 끝을 두지 않고 공부를 지원하기도 했다.


  사가독서 세종 때부터 영조까지, 사라지고 부활하길 반복했다. 약 350년 동안 320명이 책 읽기에 전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조광조, 정철, 이이, 유성룡, 이항복, 이덕형...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분들이 배려 속에 맹렬하게 독서를 했을 테다.


  제도를 만든 세종대왕은 사가독서를 다녀온 이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무슨 책을 읽어왔을까? 어떤 아이디어를 가져왔을까? 궁금하며 시험이 아닌 시험처럼 문답을 끝없이 하지 않았을까?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짚어내는 신하를 보며, 재미있어했을 테고, 그들의 발전을 보며 흐뭇해했을 테다.




  안녕하세요. 지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지금까지 제가 글을 쓸 수 있도록 많은 힘을 주신 분들이라 생각합니다. 시간을 내어 읽어주시고, 따스한 마음을 댓글로 남겨주신 분들로 저에게는 둘도 없는 커다란 힘입니다. 여러분 덕분에 제 삶의 뒷부분에 있을 글쓰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잠시 글쓰기를 멈추고 사가독서를 다녀오려고 합니다. 누군가 은혜를 베풀어하는 일은 아니지만, 스스로에게 주어보려고 합니다. 사가독서는 글쓰기를 하는 도중 휴가처럼 일 년에 한 번쯤 주는 일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저에게는 소설 쓰기 스승님이 계십니다. 그분께서 "글쓰기와 책 읽기는 한줄기"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니, 책 읽는 일이 몰두하는 것은 결국 글쓰기에 연장이 아닐까 합니다.


  한가로이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고 여러분에게 무슨 책을 읽었는지, 어떤 아이디어를 가져왔는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오겠습니다. 처음으로 하는 사가독서이니 그렇게 긴 시간 다녀오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길게 하면 제가 몸이 쑤셔 견디지 못할 것 같거든요  지금은 추석이 끝나는 주에 다시 돌아오려고 합니다. 그때까지 책도 읽고, 발행하지 않지만, 글도 촘촘히 써오겠습니다. 또, 생각을 정리하려고 합니다.


  Starry garden의 첫 사가독서! 다녀오겠습니다.



덧붙임

  브런치스토리 공모전 응모를 위해 엮어놓은 브런치 북은 사가독서 기간 중에 올릴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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