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특별한 존재가 아닙니다.
MBTI 'ESTJ'가 짜증을 해결하는 방법.
MBTI가 열풍일 때, 자주 검사를 했다. MBTI는 변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요즘에도 가끔 검사를 하기도 한다. 10번 검사를 하면, 8번 정도는 ESTJ가 나오고 가끔 ISTJ가 나온다. 그중에 정말 한쪽으로 기울어져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성향이 바로 'T'다. 비율로 보면 99%에 육박한다.
MBTI는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로 몇 개의 질문을 한 뒤 16개의 유형으로 나누는 방법을 이른다. 좌우 보지 않고 꼭 따라가야 할 필요는 없지만, 재미로는 충분하다. 처음 보는 사이에서도 가볍게 던질 수 있는 이야기 소재거리가 되기도 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ESTJ'를 키워드로 볼까? (제가 ESTJ이니, 좋은 키워드만 뽑아 봤습니다) 현실적, 계획적, 직설적, 추진력, 워커홀릭, 절차적 공정, 솔직함, 안정, 체계적, 결론 도출, 책임감, 성취욕...
반대로 나쁜 키워드를 뽑아 보면 관습적, 근시안적, 완고함, 결과 중시, 통제와 간섭, 꼰대, 편견, 고정관념... 이 있다.
자, 재미에다가 꼰대력을 한 스푼 넣고, 직설과 솔직함을 두 스푼 넣은 걱정해결하는 방법을 말해보려고 한다. 난 짜증을 만나면 '2 가지'를 살펴본다. 첫 번째, 배가 고픈가? 두 번째, 졸린가?
박사과정을 하며, 교수님과 참 많은 미팅을 했다. 그때 이상한 결과를 해석하려고 신비한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알고 보면 내가 틀린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그럴 때, 교수님은 비웃거나, 심각한 표정 중 하나를 선택하시고는 나에게 하셨던 말이 있다.
"신비로운 이야기 하지 마라. 기본으로 돌아가 실수한 것을, 부주의하게 했던 것을 찾아 고쳐. 그럼 결과는 다시 나올 거야."
짜증과 걱정은 무척 추상적이다. 실체는 없고 감정을 들끓게 한다. 그런 상태로는 보통 실수를 하거나, 화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다. 가족과 가까운 이들에게 짜증을 넘기거나, 화를 벌컥 내기도 한다. 누군가는 아주 사소한 일로 처음 보는 이에게 맥락도 없는 소리를 치기도 한다. 나도 사람이니, 짜증 나는 경우를 마주하는 일이 있다. 그때는 알고리즘이 돌아간다.
배고파? 졸려?
보통 두 개에 걸린다. 그때는 마음을 평온하게 하려 노력한다. "상황이 문제가 아니라 배고프고 잠을 자지 못한 여기에 문제가 있다!" 배고플 때는 밥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잠을 자고 나면 상쾌 해진다. 이런 말도 있다. 기분이 저기압이면 고기 앞으로. 빈말이 아니다. 정말이다. 영국과 오스트리아 공동 연구팀 결과에 따르면, 배고플 때 평소보다 더 많은 짜증과 화가 난다고 한다. 원인은 몸에 에너지가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고, 변화하는 외부 상황을 견디는 힘이 작아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잠도 비슷하다. 잔다는 것은 호르몬의 분비를 완전히 바꾸는 일이 된다. 뇌를 휴식하는 일이기도 하고 몸을 완전히 편하게 하는 순간이다. 그런 휴식이 없는 상태에서 불편한 상황을 맞이한다면, 우리는 견딜 힘이 부족한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우리가 마주한 문제와 내가 거기에 따르는 결정들은 사실 신비로울 것이 하나 없다. 우리는 특별난 존재가 아니다. 신비로운 문제와 신비로운 해결책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짜증과 화에 대한 부분은. 인간을 다른 동물, 식물, 미생물처럼 분류해 볼까?
'동물계 (Animalia) - 척삭동물문 (Chordata) - 포유강 (Mammalia) - 영장목 (Primates) - 사람과 (Hominidae) - 사람 속 (Homo)- 사람 (H. sapiens)'
짜증과 화라는 신비로운 녀석이 온다면, 기본으로 돌아가보고 나를 보자. 난 지금 배고픈가? 아니면 졸린가? 그럼 밥을 먹고 잠을 자자. 그럼 짜증은 꼬리를 감추고 자취가 사라졌을 테고, 화는 전보다 무척 작은 모양으로 내 곁에 있을 것이다.
늘 배는 든든하고, 잠을 다른 일로 미루지 말자. 배가 비고, 졸린 눈이 화와 짜증의 불씨가 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