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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Mar 21. 2024

내가 여전히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는 두 가지 이유.

같은 설정, 조금 다른 모습일 뿐인 우리.

누구나 한 번은 신인류였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애정한다. 사골을 우려 내듯 몇 번이나 돌려봤다. 이제는 다음 대사가 떠오를 정도다. 1988, 1994, 1997. 각 시대를 뜨겁게 살아낸 이들의 모습을 그려냈다. 우정도 있고, 사랑도 있고, 부모님 이야기도 담겨있다. 자주 보는 이유는 뭘까? 첫 번째는 잔잔한 갈등. 두 번째는 시대 공유다. 


  첫 번째 잔잔한 갈등.

  응답하라 시리즈를 어려운 말로 해보면 '스탠드 얼론 시퀼'이라고 한다. 같은 설정이지만, 작품은 서로 이어지지 않는 시리즈다. 이야기의 중심축은 성동일, 이일화 부부에서부터 뻗어 나간다. 큰 갈등은 없다. 순하디 순한 맛이다. 


  몰랐던 출생의 비밀은 없다. 재벌이 나오지도 않는다. 시한부 병에 걸리지도 않고, 기억을 잃어버리지도 않는다. 고부갈등이 나오거나, 불륜, 패륜이 나오지도 않는다. 자극을 덜어낸 응답 하라 시리즈가 재미없을까? 아니다. 단연코 아니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갈등 대부분은 우리가 겪거나, 가까운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소란이다. 친구 사이의 관계, 부모 자식 간의 관계. 그들 나름대로 엉킨 실을 풀어간다. 관계의 사랑이 단단한 바탕에 있으니, 인상이 찌푸려지지 않고 잔잔한 감동이 밀려왔다가, 웃음으로 마무리가 된다. 


  첨예한 갈등. 쉬이 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를 던지는 드라마, 영화도 좋다. 하지만, 가끔은 그럴 힘이 없을 때가 있다. 현실 갈등이 커, 힘겨울 때. 그럴 때는 잔잔한 갈등이 있는 드라마인 <응답하라>시리즈를 찾게 된다. 


  두 번째 시대 공유.

  시대를 책으로 보거나 영상으로만 접한 우리가 시대를 살아낸 이들과 이해하는 정도는 다르다. 영상이 짚어내지 못하는 부분을 부모님이 채워주신다. 부모님의 독특한 개인 경험이 시즈닝처럼 뿌려진다. 이야기는 흥미진진해진다. 


  특히 <응답하라 1988>를 보며 느끼는 바가 많았다. 부모님, 지금 나와는 한 세대가 차이나는 그들. 그들은 농사를 지으며 사셨고, 급격한 산업화를 겪어내어고, 정보화 시대를 넘어서 지금은 AI 시대를 살아내고 있다. 전보를 아셨고, 라디오를 들었으며, CD로 넘어가더니 지금은 스마트 폰으로 OTT 서비스를 능숙하게 이용하신다. 


  1988년. 그들은 그때 20~30대의 전성기를 달리고 계셨다. 누구보다 빠르게 새로운 문물을 받아 드렸고, 익혔으며, 다음 세대에게 알려주었다. 그들은 그때 신인류였다. 그분들도 연예인을 보며 '오빠'라고 부르며 부대를 만들었다. 지금의 BTS 팬인 '아미'가 불쑥 나온 건 아닌 모양이다. 


  세대차이. 지금의 우리는 아니 이제는 나보다도 어린 이들. Z 세대도 품지 못하는 알파세대는 그들은 뒤떨어진 시대에 사는 이들이라고 힐난한다. 아니다. 그들은 한때, 신인류였고, 지금도 그들은 그 인류로 살아내고 있다. 우리다 다름이지, 인류로 뒤떨어진 이들이 아니다.


  유행이 돌고 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때 하던 패션 유행이 돌아오고, 레트로 뉴트로라는 이름을 붙여 놓고 현재의 기술이 들어가 힙한 문화가 되기도 한다. 뿐일까? 어머니가 입던 옷을 수선해 지금 세대가 멋지게 입기도 하니 말이다. 극적인 공유가 새로운 문화가 된다. 


  응답하라는 단순한 드라마일 수 있지만. 내게는 지금 곁에 있는 부모님들이 한때는 신인류였고, 지금도 여전히 신인류임을 알게 하는 드라마다. 계속 돌려 보는 이유는 불편하지 않은 갈등. 신인류였던 부모님 모습을 보며 나눌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 덕분 아닐까?


응답하라 1994 (출처: 티빙)


  각자의 세대가 무척 다른 모양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비슷한 점을 곳곳에서 발견 단다. 응답하라 처럼 우리도 '스탠드 얼론 시퀼'을 살아내고 있는 건 아닐까? 설정을 비슷하지만 배경만 조금 바뀐. 시간이 흐른 뒤, 지금 내가 살고 있던 2002년 대쯤 아니면 조금 더 시간이 흐른 2010쯤이 응답하라 시리즈로 만들어지면 어떨까? 그 영상을 우리 다음 세대와 나누며 보면 어떤 느낌일까?


  난 또 응답하라 시리즈를 찾는다. 세대를 넘나드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영상이 재생된다. 


  "들리는 가? 그런 응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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